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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구제역 2차, 3차 재앙에도 속수무책인가 |
구제역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매몰지 침출수가 유출되고 처리 불능 상태에 빠진 가축 분뇨가 주변에 버려지는 등 갖가지 문제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이로 말미암아 주변 환경이 오염되고 구제역 감염이 확산되는 구제역 2차 대란이 우려된다.
먼저 가축 매몰지 가운데 상당수가 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조성된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토사 유실 우려가 있는 산비탈이나 침출수 유출 가능성이 있는 하천변은 물론이고 주거지 인근에 이르기까지 치밀한 계획은커녕 주먹구구식으로 매몰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침출수 유출이 잇따라 확인되고 있는 실정이다. 해빙기가 닥치기 전에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분뇨 수거차량 운행 중단으로 인한 문제도 심각하다. 축산 분뇨는 쌓여가는데 아무런 대책 없이 이동제한 조처만 내리면 현지 농장들은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이미 저장탱크가 한계에 이른 곳에선 분뇨를 축사 주변에 임시로 쌓아놓거나 농경지에 뿌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분뇨를 이동시키지 말고 농장에서 자체 처리하거나 주변에 저장하라”는 지침만 내릴 뿐 아무런 후속 조처도 취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농장들이 가축 분뇨를 전문업체에 맡겨온 까닭에 자체적으로 처리할 시설과 장비를 갖추지 못했다. 이런 상태에서 스스로 알아서 처리하라는 것은 결국 보이지 않는 곳에 적당히 버리거나 묻으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 이럴 경우 주변 환경이 심각하게 오염될 것은 분명하다. 특히 구제역 감염 가축의 분뇨가 섞여 있다면 바이러스가 분뇨를 통해 주변 토양과 하천으로 퍼져나갈 게 뻔하다. 축산 분뇨 처리가 철저한 관리·감독 아래 이뤄질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인력과 장비 등이 부족한 상황에서 방역 활동에 나서고 있음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구제역이 발생한 지 두 달 반이 되어가는 시점이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매몰지와 분뇨 처리에서 문제가 발생하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현장에선 허둥대더라도 적어도 방역 활동을 총괄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차원에서는 사태 발생을 예견하고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사전에 치밀하게 움직였어야 한다는 얘기다. 국민들로선 자꾸 뒷북만 치는 정부의 구제역 대응 방식이 안타깝고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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