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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3인방과 완전 단절’이 신한 통합의 최우선 과제 |
신한금융그룹이 어제 한동우 전 신한생명 부회장을 신한지주 차기 회장으로 내정했다. 이로써 지난해 9월 경영진 사이 고소·고발로 시작된 신한 사태는 외견상 일단락됐다. 하지만 내분 사태의 한쪽 당사자였던 라응찬 전 회장이 차기 회장 선임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아직 갈등 소지가 남아 있다. 차기 회장이 내정된 만큼 신한 사태에 책임이 있는 모든 당사자는 조직 화합을 위해 더는 회사 경영에 관여해선 안 될 것이다.
현직 은행장의 전임 행장 고발로 시작된 신한 사태는 금융계에 큰 충격을 줬다. 실질적으로 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신한금융은 경영 실적뿐 아니라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도 큰 문제가 없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겉으로만 그랬을 뿐이었다. 순혈주의와 장기집권으로 인한 폐해가 내부적으로 해결되지 못한 채 뼛속 깊이 곪아가고 있었다는 사실이 이번 사태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신한 사태는 불행한 것이긴 하지만 신한금융의 내부 모순을 해결할 좋은 계기이기도 했다. 그 첫 기회는 새 경영진 선임이었다. 내분에서 자유롭고, 그동안 쌓인 문제점을 해결할 개혁적인 외부 인사를 영입했다면 신한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신한금융은 은행장과 지주 회장 등 새 경영진을 모두 내부 인사로 충원함으로써 이런 기회를 놓쳤다.
더욱이 신한지주 차기 회장에 라 전 회장의 지원을 받았다는 한 전 부회장이 내정됨으로써 내분의 불씨를 남겼다. 만약 신임 회장이 라 전 회장 편에 서서 조직을 이끌어간다면 신한 사태는 완료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 될 것이다. 회장으로 내정된 한 전 부회장은 “친라, 반라 후보라는 것은 있지도 않을 뿐 아니라 있을 수도 없다”고 했지만 시장의 우려는 여전하다.
결국 신임 회장의 가장 큰 과제는 조직 통합이 될 수밖에 없다. 신한사태로 흐트러진 조직을 추스르지 않고서는 국내 최고의 금융그룹을 유지하기 어렵다. 또한 전임 경영진에 대한 각종 소송에서도 회사는 엄격하게 중립을 지켜야 한다. 소송 진행 과정에서 회사 조직이 특정인의 이해에 따라 움직일 경우 조직 통합은 기대할 수 없다. 그러려면 새 경영진은 ‘신한 3인방’과 완전히 단절하고 독립적인 경영을 해야 한다. 라 전 회장 등이 등기이사직을 내놨다고 하지만 ‘수렴청정’이란 말이 나오는 순간 회사 통합은 물건너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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