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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교조 출신은 아예 교장이 되지 말란 말인가 |
요즘 교육과학기술부의 행태를 보면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시·도 교육청이 하는 일에 사사건건 간섭하는가 하면, 이른바 진보교육감들에 대해서는 쌍심지를 켜고 시빗거리를 찾는다. 교육자치가 잘되도록 지원하기는커녕 교과부가 가지고 있는 알량한 법적 권한을 최대한 이용해 교육현장과 드잡이를 하는 듯하다.
교장 공모제를 둘러싼 ‘표적 감사’ 논란만 해도 그렇다. 교과부는 올 1학기 임용을 목표로 내부형 공모제를 시행하고 있는 4곳에 대해 감사를 벌이겠다고 한다. 감사를 해 문제가 드러나면 대통령에게 교장 임용 제청을 하지 않을 속셈인 모양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네 곳 모두 전교조 출신 평교사들이 교장으로 추천될 가능성이 큰 학교다. 교과부의 의도가 무엇인지 너무나 뻔하다.
교과부는 ‘일부 단체’에서 민원이 제기돼 감사실과 함께 이들 4곳에 대해 실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보던 수법이다. 이 정부는 눈에 거슬리는 단체나 인사가 있으면 친정부 보수단체의 민원이나 이의 제기를 구실로 해당 단체·인사에 대한 감사를 벌인 뒤 법적 조처를 취해오곤 했다. 유독 전교조 출신의 교장 임용 가능성이 큰 학교에 한정해 벌이는 이번 감사도 이렇게 ‘짜고 치는’ 듯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교과부가 감사를 규정에 따라 공정하게 실시할지도 의문이다. 교과부는 교육공무원법 등 관련 규정을 위반한 게 없는지 점검하고, ‘일반상식의 범주’에서 문제가 없는지도 살펴보겠다고 했다. 과연 교과부가 생각하는 ‘일반상식의 범주’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눈에 거슬리는 교장 임용 예정자는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제지하겠다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현재 공모제를 통해 교장 임용 절차를 밟고 있는 학교는 389곳이다. 전국 1만여개 초·중·고교의 4%도 안 된다. 389곳 가운데서도 평교사가 지원할 수 있는 곳은 겨우 7곳이다. 그 7곳 가운데 4곳에서 전교조 출신 교사의 교장 임용 가능성이 크다. 교과부는 이 네 곳만을 상대로 칼을 빼 들었다. 너무나 옹졸한 처사다. 교육현장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겠다고 실시한 교장 공모제가 활성화하도록 적극 지원하지는 못할망정 이런 식으로 개입해선 안 된다. 교과부는 무리한 ‘표적 감사’를 당장 중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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