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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KTX 사고, 꼬리자르기와 땜질처방으론 안 된다 |
코레일이 지난 11일 일어난 광명역 케이티엑스(KTX) 탈선 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를 그제 발표한 뒤 안도감보다는 오히려 의구심만 커지고 있다. 사고가 일어난 지 사흘도 안 돼 사고 원인을 발표한 것도 성급해 보이는데다, 모든 책임을 현장 직원들 탓으로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피조사자’ 신분인 코레일이 이런 발표를 할 자격이 있는지부터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한다.
코레일 쪽 발표 내용을 보면, 이번 사고는 노후 케이블 교체 공사에 나선 용역업체 직원이 선로전환기 단자함의 너트 하나를 끼우지 않은데다, 코레일 관리 직원이 선로전환기의 조절단자함 표시회로를 직진만 가능하게 해놓는 바람에 일어난 것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용역업체 쪽은 “너트를 건드리지 않았다”고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다. 또 경력 9년의 베테랑 코레일 직원이 조절단자함을 임의로 조정하고 허위보고까지 했다는 것도 석연치 않다. 발표 내용이 전반적으로 의문점투성이인 것이다. 일부에서는 국토해양부와 코레일이 정밀조사를 해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고 사고 재발 방지에 주력하기보다는 브라질 고속철 수주전을 의식해 속전속결식 꼬리자르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보낸다.
케이티엑스가 개통돼 본격적인 운행을 시작한 지 벌써 7년이 지났다. 그동안 별다른 대형사고가 없었던 게 다행이지만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임을 이번 사고는 잘 보여준다. 단순한 땜질식 처방을 넘어서 차량과 선로, 전자제어장치, 열차운행정보 시스템 등 각종 시설과 시스템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그동안 적지 않은 잔고장을 일으켜온 국산 케이티엑스 산천 열차에 대해서도 “기계적 결함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정밀조사를 통해 안전성 문제를 꼼꼼히 점검해봐야 한다.
코레일 쪽의 무리한 인원감축과 유지보수 업무의 과도한 외주화 문제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열차 운행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관사를 비롯해 중앙통제실·역·선로·전기 등 각 분야 직원들의 유기적인 업무협조가 필수적이다. 외주화로 업무가 이중화하면 즉각적인 응급조처나 업무소통에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음을 이번 사고는 극명히 보여준다. 코레일이 지금 가장 신경을 써야 할 것은 경비 절감이 아니라 승객의 안전과 국민의 신뢰 회복임을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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