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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제사회에서 공인된 ‘이명박 정권 인권퇴행’ |
이명박 대통령 집권 이후 벌어진 우리나라 인권의 급속한 퇴행이 국제적으로 공인받게 될 처지가 됐다. 지난해 5월 인권 현실에 대한 조사를 위해 방한했던 프랑크 라뤼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우리나라에서 표현의 자유가 크게 후퇴했음을 확인하는 보고서를 작성해 우리 정부에 전달했다.
최종보고서는 우리 정부의 반론을 검토한 뒤 확정될 예정이지만, 그 주조는 달라지지 않을 게 확실하다. 그가 지적한 내용이 실제 인권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종보고서가 오는 6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공식 보고서로 채택되면 유엔의 모든 공식 언어로 번역돼 우리나라 인권 상황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인권 선진국이었던 우리나라가 이명박 정부 3년 만에 인권 후진국으로 주저앉았음이 만천하에 공표되는 것이다.
이것이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달성한 나라라는 국제사회의 평가에 힘입어 유엔 사무총장까지 배출한 나라의 모습일 수는 없다. 주요 20개국(G20)에 포함됐다고 자랑하며 선진한국을 외치는 나라의 모습일 수도 없다. 정부 스스로 인권이란 보편적 가치를 무시하고 국격을 떨어뜨리면서 말로만 선진화를 외친다고 선진국이 될 수는 없다. 이 이상의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하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보고관의 권고를 받아들여 그동안의 잘못을 바로잡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마땅하다.
라뤼 보고관은 보고서에서 “2008년 촛불시위 이후 한국에서 표현의 자유 영역이 줄어들고 있다”며 “정부의 입장과 다른 견해를 밝힌 개인들을 국제법에 부합하지 않는 국내 법규에 근거해 기소·처벌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박원순 변호사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사건 등을 대표적 사례로 꼽으면서, 명예훼손과 인터넷상 의사와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국가안보를 이유로 한 의사·표현의 자유 제한, 공무원의 의사·표현의 자유 등 8가지 분야에서 개선을 권고했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각종 법률과 제도를 바로잡는 것은 긴요하다. 하지만 그에 앞서 이 정권의 인권에 대한 편견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라뤼 보고관의 말처럼 주요 현안에 대한 의견을 표현할 권리를 전면적으로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이 나라의 민주적 기반을 공고히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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