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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구제역 매몰지 문제, 근본 대책 시급하다 |
구제역 방역 과정에서 성급하게 처리된 매몰지의 실태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한마디로 급하게 살처분하고 파묻느라 사후관리를 전혀 신경쓰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작업이 이뤄졌다. 대표적인 사례로 경기도 매몰지 2017곳 가운데 팔당상수원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에 조성한 매몰지만 137곳이다. 지침을 어기고 하천에서 30m 안에 파묻은 곳도 149곳이나 된다. 또 배수로와 저류조 보완이 필요한 곳이 56%, 지반 침하가 일어난 곳이 47%에 이른다.
전국적 실태는 아직 확인되고 있지 않다. 정부가 낙동강 상류와 한강 상류 등을 조사했지만 그 결과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예를 들어 정부는 한강 상류 매몰지 2926곳 가운데 22곳만 보강공사가 필요하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경기도의 조사 결과와 너무 판이하다. 매몰지 조사 자체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조사가 정확하지 않으면 사후관리도 제대로 될 수가 없다. 성급하고 안이한 사후조처로 다시 부실 논란을 부르는 일은 없어야 한다.
무엇보다 대량으로 흘러나올 침출수를 어떻게 처리할지 구체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정부가 최근 매몰지 관리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토사 유실과 침출수를 막기 위해 옹벽이나 차수벽을 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특히 침출수에 대해선 토양에 흡착될 것이란 막연한 기대만 내놓고 있다. 그러나 매몰지에서 발생할 침출수는 무려 6000만ℓ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하천이나 지하수로 흘러드는 것을 막는 게 일차적으로 중요하지만 정상적으로 흘러나오는 침출수도 양이 많으면 처리하기가 쉽지 않다. 나중에 허둥대는 일이 없도록 구체적인 처리지침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매몰과 관련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구제역이 발생하면 감염 위험 때문에 가축 이동이 어렵고, 사유지가 아닌 매몰지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발생 장소 인근에 묻을 수밖에 없다. 매몰지들이 산비탈이나 하천 주변에 만들어진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따라서 축산업 허가 때 토양조사서를 내도록 하거나 매몰 후보지를 미리 선정해두는 등의 제도를 갖춰야 한다. 더불어 대량 매몰의 문제점을 줄이기 위해 소각이나 고열 처리 방식을 병행할 수 있는 체계를 서둘러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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