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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재철 사장 연임은 국민과 문화방송의 불행 |
<문화방송>(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어제 김재철 현 사장을 차기 사장으로 내정했다. 김 내정자는 조만간 문화방송 주주총회에서 차기 사장으로 확정될 예정이다. 지난해 취임 이후 문화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지적을 받아온 김 사장의 연임이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공영방송으로서 문화방송의 위상은 더욱 위태롭게 됐다.
지난해 3월 김 사장 취임 이후 문화방송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변화의 방향은 방송의 독립성 훼손, 보도의 공정성 약화, 노사관계의 파행 등 대부분 퇴행적인 쪽이다. 정권에 껄끄러운 내용 등을 다뤘던 ‘후플러스’는 아예 없애버리고, ‘피디(PD)수첩’에 대해서는 사실상의 사전검열을 통해 보도 수위를 조절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이나 전세난, 구제역 등 정권에 불리한 뉴스는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였다.
문화방송 노조가 ‘김재철 사장 1년’을 평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그의 경영 행태가 어땠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의 취임 이후 뉴스와 시사보도 프로그램이 불공정해졌다는 비율이 88.1%나 되고, 방송 제작상의 자율성이 위축됐다는 평가가 93.2%를 차지했다. 노조는 김 사장이 자질, 공정성, 경영방식, 노사관계 등에서 모두 낙제점이라며 92.4%의 노조원이 연임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경영진과 대립각을 세우기 마련인 노조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이렇게 압도적인 다수의 내부 구성원이 반대하는 사장이 연임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김 사장이 연임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공영방송인 문화방송을 정권의 입맛에 맞는 친정부 방송으로 꾸려온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친정부 이사가 다수를 차지하는 방문진 이사회로선 이런 김 사장이 오히려 더 적임자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로 인해 앞으로 예상되는 폐해는 불을 보듯 뻔하다. 방송의 공영성은 더욱 약화되고 친정부 성향 보도는 넘쳐날 것이다. 경영진과 노조가 격렬한 갈등을 겪으면서 공영방송 본연의 구실은 실종될 우려가 높다.
공영방송을 이렇게 친정부 방송으로 전락시켜선 안 된다. 우선은 정권에 득이 될지 모르지만 결국은 방송의 공익성과 신뢰성을 떨어뜨려 국민으로부터 버림받게 된다. 김 사장의 연임이 이를 재촉하게 될 것 같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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