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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원마저 ‘청소노동자 최저임금’을 위반하다니 |
법원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이 법이 정한 최저임금마저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부당노동행위가 큰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인권의 보루라는 법원마저 청소노동자들의 권리를 짓밟고 있다는 소식은 놀랍기만 하다.
대법원·고등법원·행정법원 등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이 올해 1월에 받은 임금은 시급으로 4110원 수준이라고 한다. 올해 최저임금이 지난해에 비해 5.1% 올라 시급이 4320원이 됐지만 인상분을 받지 못한 것이다. 법원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용역업체 쪽에 고작 2%대의 인상안을 제시했으며, 그 피해가 고스란히 청소노동자들에게 돌아간 것이다.
법원 쪽은 “용역업체가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발뺌하지만 이치에 맞지 않는다. 법원이 사실상의 사용자 지위에 있는 만큼 최저임금 위반 책임도 마땅히 법원에 있다. 법원은 코레일 여승무원,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 사건 등에서 ‘회사 쪽이 사실상의 사용자적 지위에 있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런데도 법원은 막상 자기 일에 대해서는 용역업체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으니 참으로 무책임하고 옹졸하다.
법원은 예산 타령을 하고 있지만 따져보면 그 액수는 참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청소노동자 한 사람에게 더 줘야 할 기본급은 월 4만3000원으로, 서울 서초동 일대 법원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 90여명에게 더 들어가는 돈은 어림잡아 월 400여만원 수준이다. 이 정도 금액이라면 다른 곳에서 얼마든지 절약해 떼어낼 수 있다. 청소노동자 최저임금은 예산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의 문제다.
청소노동자들은 대부분 나이 많고, 배운 것 없고, 힘없는 여성들이다. 이들이 겪는 저임금, 고용불안, 비인격적 대우는 더는 외면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다른 기관은 몰라도 최소한 법원만큼은 이들의 인권 보호에 관심을 기울여야 마땅한데도 법원 역시 다를 게 없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2007년 최저가 낙찰제를 통한 용역업체 선정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시정을 권고했으나 법원은 아직까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 법이 정한 최저임금제마저 지키지 않고 있으니 정말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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