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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KBS 수신료 인상 논의, 국회가 중단시켜라 |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어제 <한국방송>(KBS)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검토의견서를 의결했다. 한국방송의 수신료 인상안(월 2500원에서 3500원으로 인상)을 받아들이고, 인상액을 공적 책무 이행, 방송 제작비 확대, 상업 재원 축소 등에 사용하도록 했다. 방통위는 다음주 중 이런 검토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한다.
그동안 여러 차례 지적했듯이 한국방송 수신료 인상의 제1 전제조건은 공영성 확보다. 지금과 같이 정파성 강한 친정부 방송으로 전락한 한국방송을 온 국민이 주머니를 털어 먹여살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수신료를 올리려면 한국방송이 공영방송으로서의 구실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먼저 형성돼야 한다. 지금은 이런 여건이 전혀 조성돼 있지 않다.
한국방송은 수신료 인상의 주요 근거로 재원 부족을 든다. 한국방송이 방통위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이대로 가다간 엄청난 적자가 날 것처럼 돼 있다. 그러나 방통위 실무진조차 한국방송의 중기 수지 전망이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2014년까지 수지 전망을 보면, 한국방송의 적자 추정액이 방통위의 추정치보다 무려 3000억원이나 많다. 수신료 인상의 타당성을 강조하려고 적자 예상 규모를 부풀린 셈이다.
이렇게 수신료 인상의 근거가 부족하고, 수신료 인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돼 있지 않다면 방통위는 한국방송 쪽의 인상안을 받아들이지 말아야 했다. 인상안에 여러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서도 수신료 인상에 동의한 것은 모순이다. 방통위는 직무유기라고 비판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더욱이 인상액 일부를 상업 재원 축소에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말이 상업 재원 축소지 사실상 한국방송의 광고를 축소하고, 그로 인해 부족한 재원은 수신료로 보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한국방송이 광고를 축소하면 그 광고 물량은 새로 출범하는 조·중·동의 종편에 넘어갈 게 뻔하다. 결국 수신료 인상액 일부가 종편을 먹여살리는 데 사용되는 것이다.
이제 한국방송 수신료 인상 논의는 국회 차원으로 넘어갔다. 국회는 수신료 인상안을 통과시켜선 안 된다. 국회는 먼저 한국방송의 공영성을 확보할 수 있는 지배구조 개선안 등을 마련하고, 한국방송의 경영 효율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수신료 인상 논의는 그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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