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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2.20 19:31 수정 : 2011.02.20 19:31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가벼운 산행을 한 뒤 점심 간담회를 했다. 청와대는 오는 25일로 취임 3주년인데 기자회견조차 않는다는 따가운 시선을 피해볼 요량으로 이런 일정을 궁리해낸 듯하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개헌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선 “분위기에 안 맞는 질문 같다”며 답변을 피했다. 국정 현안에 대해 여러 견해를 듣고 자신의 생각을 책임 있게 설명하려는 자세는 여전히 미흡했다.

이 대통령이 답변한 내용도 불성실하기 짝이 없다. 그는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질문받자 “용역한 결과가 나오기 전에 무시하고 정치적으로 (결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용역 결과가 나온 이후에 아마 상반기 중에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이 대통령의 대표적인 대선 공약 가운데 하나다. 그것을 두고 국토해양부가 지난해 말과 올해 3월 등으로 결정 시점을 예고했다가 뒤집기를 되풀이하는 바람에 해당 지역 사이 갈등이 더욱 심해진 터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정부의 책임은 싹 무시하고 해당 지역 주민들이 턱없이 보채기나 하는 것처럼 사정을 왜곡했다.

이 대통령이 신공항을 “청와대가 정치적으로 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고, 총리 주재 하에 합리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한 대목도 마찬가지다. 이 정도 대형 국책과제라면 마땅히 청와대가 책임을 지고 이행상황을 관리해야 한다. 혹은 노무현 정부 때 이해찬 국무총리한테 한 것처럼 분권형으로 국정 과제를 대폭 위임할 수도 있지만, 지금 김황식 총리한테 그런 식으로 권한이 위임됐다고 볼 사람은 거의 없다. 결국 이 대통령의 태도는 이해관계가 얽힌 난제에 책임을 피하고자 뒤로 숨으려 한다는 의심을 자아낼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의 취임 3돌을 맞은 지금 구제역과 전세대란, 물가고, 일자리 문제 등 민생 대란이 심화하고 있다. 그런데 국정 조정자로서의 대통령과 청와대의 모습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예민한 현안은 피하거나 말을 흐리기 일쑤다. 대통령이 기민하게 텔레비전 생중계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은 뭔가 홍보할 거리가 있다 싶을 때뿐이다. 해적들한테 납치된 우리 선박을 구출한 아덴만 여명 작전 직후가 대표적이다. 어제 대통령의 간담회는 요즘 들어 국정 난맥상이 더욱 심해지는 이유를 다시 한번 뚜렷이 드러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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