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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2.21 18:56 수정 : 2011.02.21 18:56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의 숙소에 잠입해 노트북 컴퓨터를 뒤지다 발각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일어났다. 아직 ‘의혹’이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기는 하지만 여러 정황으로 볼 때 국정원 소행이 분명해 보인다. 아무리 국익을 위해서라지만 이런 식의 파렴치한 행위를 서슴없이 저지른 국정원의 만용이 한심하다. 어설프게 설치다 꼬리까지 밟혔으니 참으로 부도덕과 무능의 극치다. 국제사회에 얼굴을 들 수 없는 창피하고 망신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정원이 잘못된 정보수집 활동을 벌이다 발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5월에는 한국의 인권 실태 조사차 방한한 프랑크 라 뤼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일행을 미행하다 들통이 났고, 리비아에서도 국정원 관계자가 스파이 혐의로 추방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는 성과만을 앞세우는 이명박 정부의 실적지상주의, 국정원의 맹목적인 충성심과 공명심, 정권의 이익을 위해서는 국정원이 무슨 일을 해도 눈감아주는 권력 핵심부의 빗나간 국정원 감싸기가 빚은 필연적인 결과다.

더 놀라운 것은 사건의 발생뿐 아니라 처리까지도 국익을 앞세워 어물쩍 넘어가려는 태도다. 범인 격인 국정원은 인도네시아 특사단이 머물던 호텔의 폐쇄회로텔레비전 녹화자료를 비롯해 사건자료 일체를 가져갔다고 한다. 게다가 조현오 경찰청장은 “처벌해도 실익이 없지 않은가”라는 말까지 했다. 한마디로 모든 것이 거꾸로 돌아가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이번 일은 이런 식으로 어물쩍 넘어갈 수도, 넘어가서도 안 되는 사건이다. ‘인도네시아 쪽이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데 왜 우리가 난리를 피우느냐’는 식의 어설픈 국익론은 더욱 국익을 해칠 뿐이다. 이번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우리나라가 인도네시아 쪽에 얼마나 많은 경제적 대가를 지급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리비아 사태 때도 우리나라가 막대한 경제적 반대급부를 주고 해결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잘못은 국정원이 저지르고 뒷수습은 은밀하게 국민의 혈세로 처리하는 일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게다가 사건의 진상을 은근슬쩍 덮으려 한다면 우리나라 전체가 도맷금으로 국제사회에 부도덕한 집단으로 낙인찍히게 된다. 이런 상황이야말로 국익에 치명적이다. 지금 국정원에 설설 기는 경찰의 한심한 모습을 봐서는 제대로 된 수사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특별수사팀을 만들어서라도 사건 전모를 낱낱이 밝히고 책임자들을 모두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은 계속 문제를 일으켜온 원세훈 국정원장 체제를 감싸고 돈 이명박 대통령에게 원천적 책임이 있다. 빠른 시일 안에 원 원장을 해임하고, 땅에 떨어진 국정원의 도덕성과 업무 기강, 조직 기풍을 바로잡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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