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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소년 공부방 없애는 게 민생 정책인가 |
정부가 올해 청소년 공부방에 대한 지원을 없애는 바람에 저소득층 청소년들이 공부할 곳이 없어 이곳저곳을 떠돌고 있다. 정부는 전국 청소년 공부방 360여곳에 대한 지원금 28억9000만원을 올해부터 전액 삭감했다. 공부방을 지역아동센터로 흡수시키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지만 현실적으로 전환이 어려워 공부방만 빼앗는 꼴이 되고 말았다. 공부방 지원 중단 방침을 진지하게 재고하기 바란다.
청소년 공부방은 저소득 청소년들을 위해 민간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곳이 대부분이다. 독서실 형태로 운영되기도 하고 교과나 특기·적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지역 도서관이 있기는 하지만 이들이 공부할 장소를 마련해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청소년 공부방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손쓰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감당하는 구실을 해온 셈이다.
청소년 공부방을 지역아동센터로 흡수시킨다는 명분은 그럴듯하다. 그러나 이런 발상이 현실을 제대로 고려한 것인지는 매우 의심스럽다. 공부방이 아동센터로 전환하려면 조리실을 갖추는 등 시설을 확충해야 하고, 한해 동안 기준에 맞춰 실제 운영이 이뤄져야 하는 등 요건 충족이 쉽지 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사를 가야 하는데 그런 비용을 감당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지역아동센터 전환 방침이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진 행정편의주의 발상이 아닌지 의심된다.
정부 방침이 잘못됐다는 것은 현실이 그대로 보여준다. 아동센터로 전환된 곳은 10~20곳에 그치고 이보다 몇배 많은 수십곳의 공부방이 운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고 있다. 몇몇 공부방은 지자체나 현지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말고 청소년 공부방 지원을 시급히 재개하기 바란다.
민생 정책은 주민들의 요구에 맞춰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공부방 지원은 예산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다. 연간 30억원도 안 된다. 정부가 복지 논쟁의 와중에서 진짜 도움이 필요한 계층을 중심으로 선별적 복지를 하겠다고 공언한 게 한두번이 아니다. 진정으로 그럴 생각이라면 실천이 앞서야 한다.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를 하겠다는 정부가 푼돈을 모아 운영하는 청소년 공부방마저 문닫게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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