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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계부채 급증하는데 ‘DTI 완화’ 연장하겠다니 |
가계부채가 그야말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해 4분기 중 가계부채는 25조3000억원이 증가했다. 3분기의 15조2000억원 증가보다 무려 63%나 높아진 수치로 2002년 3분기 이후 8년여 만의 최고치다. 더 늦기 전에 가계부채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가계대출의 만기를 장기화하는 등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지난해 4분기의 가계부채 증가세를 보면 심상치 않다.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 은행 등 금융기관의 대출금 증가액을 보면, 지난해 2분기에 15조1000억원, 3분기에 13조4000억원이던 것이 4분기 들어서는 20조9000억원이 늘어났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10조6000억원으로 전분기에 비해 배 이상 급증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8·29 부동산대책에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한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명분으로 가계의 대출금만 잔뜩 늘려놓은 셈이다.
은행 가계대출 잔액의 절반 이상이 주택담보대출이란 점도 문제다. 지난 연말 기준으로 신용·보증대출은 29.2%에 불과한 반면 주택담보대출은 55.7%를 차지했다. 그리고 주택담보대출의 대부분은 변동금리부 대출이다. 이는 금리가 인상되면 곧바로 가계의 이자 부담이 늘어난다는 것을 뜻한다. 가계부채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정부는 3월 말로 끝나는 디티아이 규제 완화 조처를 연장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계대출을 계속 늘려 부동산시장을 떠받치겠다는 것인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발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이런 터무니없는 대책을 세울 생각은 일찌감치 접고, 빨리 가계부채 관리에 나서야 한다. 디티아이 규제를 강화해 대출이 급증하지 않도록 엄격하게 관리하고, 기존 대출금의 만기 연장, 고정금리 대출로 전환 등을 통해 가계의 이자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시간이 별로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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