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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2.22 19:09 수정 : 2011.02.22 19:09

국정원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을 놓고 곳곳에서 ‘국익론’이 난무한다. 국정원이 이런 무모한 짓을 저지른 것도 국익을 위해서요, 이번 사건이 국정원 직원들의 소행임을 밝히는 것도 국익에 위배되며, 수사를 제대로 하는 것도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식이다. 어제 외교통상부 고위관계자는 “‘이런 일이 자꾸 신문에 크게 나는 게 과연 국익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라며 언론의 보도 자제 요청까지 했다. 그 논리도 해괴하거니와, 국익을 망쳐놓은 사람들 입에서 국익 옹호론이 나오는 것은 역겹기 짝이 없다.

국정원이 이번 사건의 연관성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것부터 이치에 맞지 않는다. 이미 이 사건은 ‘세계 스파이 역사상 최악의 실패작’으로 세계 만방에 조롱거리가 된 상태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이 자기 나라 안방에서 외국 특사단의 짐을 뒤지다 발각된 것부터가 유례가 없다. 이미 ‘유례없는 일’을 저질러놓고 이제 와서 정보기관의 활동을 밝히는 것이 전례가 있느니 없느니 하는 따위의 말을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정원장의 거취 문제도 마찬가지다. 청와대 쪽은 “지금 원세훈 국정원장을 바꾸면 국정원의 소행임을 공식 시인하는 셈”이라며 난색을 나타낸다. 그렇지만 원 원장 체제를 유지한다고 해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체면이 유지된다고 믿을 사람은 별로 없다. 국정원장 유임론 뒤에는 국익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국정원의 조직이기주의, 자리를 보전하려는 관계자들의 욕심, 아마추어 국정원장을 임명한 대통령의 인사 실패를 호도하려는 의도 등이 숨어 있다.

경찰의 국익 타령은 더욱 가관이다. 경찰은 “국정원과 접촉이 없었다” “처벌해도 실익이 없다”는 따위의 어이없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사건의 진실을 덮으려는 노력이 모두 ‘국익을 위해서’라는 고상한 목적으로 포장돼 있다. 하지만 경찰은 이번에 국정원에 밉보였다가 나중에 어떤 보복을 당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도 국익으로 교묘히 포장된 조직이기주의가 숨쉬고 있다.

이번 사건은 ‘오도된 국익’이 얼마나 치명적으로 국익을 해칠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좋은 예다. 정부가 사건을 제대로 수습하려면 우선 엉터리 국익론부터 걷어치워야 한다. 그것이 그나마 국익과 국격을 조금이라도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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