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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교조 교장’ 막으려고 온갖 억지 부리는 교과부 |
교육과학기술부가 어제 내부형 교장공모로 뽑힌 서울 영림중학교와 강원도 호반초등학교 교장에 대한 임명제청을 거부했다. 심사과정에서 교과부 및 시도교육청의 관련 지침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호반초의 경우, 심사위원들이 일부 후보자의 심사표를 빈칸으로 남겨 0점 처리함으로써 불공정 심사를 한 것 등이 지적됐다. 영림중은 외부 심사위원에 대한 사전연수를 하지 않고 일부 외부위원이 불참한 가운데 서류심사를 진행했으며 내부위원들만으로 최종집계를 한 것 등이 지침 위반으로 지목됐다.
물론 관련 지침은 지켜야 한다. 하지만 강행규정이 아닌 훈시규정을 어겼다고 해서 결과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교과부가 지적한 내용 가운데 일부는 사실이 아니거나 위반으로 보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그런데도 교과부가 궁색하게 지엽적인 이유를 들이대며 임명제청을 거부한 데는 다른 까닭이 있다.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무력화시키려는 것이다.
이는 교과부가 내부형 공모제를 폐지하고 교장공모 과정에서 교육감을 배제하는 내용을 담은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을 2월 임시국회 중점추진 법안으로 삼은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2월 국회에 제출돼 현재 교과위에 계류중인 교육공무원법 개정안 제29조 3의 1항은 ‘학교의 장은 교장자격증을 받은 사람 중에서 공모를 통해 선발된 사람을 교장으로 임용해줄 것을 임용제청권자(교과부 장관)에게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어처구니없는 점은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이런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장관이 되기 전에 공모교장은 교장 자격증이 없는 사람에게 개방돼야 하며 교과부 장관의 인사권을 교육감에게 넘겨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자신의 교육철학을 손바닥 뒤집듯이 바꾸는 것은 지식인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전교조 출신이든 아니든 내부형으로 뽑힌 교사 출신 교장들은 아이들을 교육의 중심에 두고 학교 현장을 민주적으로 운영하며 학교와 지역사회의 연대망을 구축하는 데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런 변화를 가져오는 내부형 공모제를 없애려는 것은 한국 교육의 미래보다 전교조의 세 확산을 막겠다는 정략적 사고의 소산일 뿐이다. 교과부는 내부형 공모제를 없애려는 기도를 중단하고 두 학교 교장에 대한 임명 제청 거부도 철회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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