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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2.24 19:29 수정 : 2011.02.25 08:27

법원이 이른바 사회주의노동자연합(사노련) 사건으로 기소된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 등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어제 일부 유죄를 선고했다. 실망스런 판결이 아닐 수 없다.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며 정치적 주장을 편 것 말고는 어떤 폭력적 행위도 저지르지 않은 이들에게 유죄가 선고됐으니 자칫 정치사상의 자유조차 인정되지 않는 나라라는 비판을 받게 됐다.

애초 이번 사건은 기소 대상이 돼서도 안 되는 사건이었다. 사노련은 비공개 지하단체가 아니라 공개적으로 사회주의를 표방한 정치단체다. 북한 정권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런 이들에게 국가보안법이 적용된 예는 찾기 어렵다. 사노련 관계자 체포가 2008년 촛불집회 직후 벌어졌다는 점에선 ‘촛불’에 색깔을 덧씌우려는 정치적 목적 아니냐는 의심도 있었다. 사노련의 활동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당장의 직접적 위협’도 아니었다. 법원 스스로 오 교수 등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실제 활동에서 국가의 존립과 안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을 끼칠 위험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두 차례나 기각한 바 있다. 법원이 지금 와서 그런 판단을 바꾸게 된 근거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진작에 폐지됐어야 할 국가보안법의 적용 범위를 되레 확장해줬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된다. 법원은 판결에서 사노련이 무장봉기나 폭력혁명 등을 통한 정부 전복을 주장한 것은 ‘국가변란 선전선동 단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사노련의 다른 주장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지만, 결과적으로 검찰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법원이 실질적 해악의 근거라며 댄 사노련의 그간 활동은 대부분 외부에 공개된 문건이나 토론에서 편 주장일 뿐이다. 그마저도 전체 취지로 보아 폭력수단을 암시했다는 수준이다. 이 정도로 우리 사회에 곧바로 실질적 위협이 닥친다고 보긴 어렵다. 그렇잖아도 사노련의 주장은 민주주의 선진국이라는 유럽의 여러 유력 정당들과 많은 부분이 겹친다. 이를 국가변란 기도로 연결짓는 것은 억지스럽다. 근본적으로 사상과 언어만으로 범죄를 구성한다는 발상부터가 잘못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판결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본질적인 침해를 허용한 나쁜 선례일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의 토대를 위협하는 위험한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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