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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또다시 ‘부적격자’들만 골라 뽑은 이 대통령 |
이명박 대통령의 돌려막기 인사, 보은 인사, 국민 무시 인사는 영원히 치유가 불가능한 중병인 것 같다. ‘어떻게 그런 부적격자만 골라서 뽑는지 그 능력이 정말로 탁월하다’는 비아냥까지 나오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엊그제 발표된 국가과학기술위원장,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의 인사는 부적격자만 골라서 뽑는 이 대통령의 인사 실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줬다. ‘대국민 사과 장관’에 ‘성희롱 총장’ 등 면면도 참으로 화려하다.
김도연 국가과학기술위원장 내정자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시절 모교에 국비를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 대국민 사과까지 하는 소동을 빚은 끝에 중도사퇴했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국가 공복에게는 치명적인 결격사유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그에게 다시 국가과학기술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겼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전국적 쟁점이 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을 깔끔히 처리해야 할 어려운 과제까지 안고 있다. 과학벨트 유치를 놓고 충청권과 경합하는 영남지역의 학교(울산대) 총장 출신에다, 공사를 분간 못한다는 평까지 받는 인물이 위원장으로 왔으니 앞으로 얼마나 더 잡음이 커질지 참으로 걱정스럽다.
박범훈 전 중앙대 총장을 교육문화수석에 기용한 것은 더 어처구니가 없다. 그는 현직 대학 총장 신분으로 이명박 후보 선거캠프에 참여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그것도 모자라 2009년 한나라당 의원들의 모임에선 소리꾼 여학생을 향해 “감칠맛이 있다. 요렇게 조그만 게 매력이 있는 거다”라는 등의 몰상식한 발언을 해 더욱 유명해졌다. 국악하는 제자들을 기생 정도로나 여기는 의식구조를 지닌 사람이 청와대 교육문화정책 책임자가 된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내정자 역시 2004년 북한 경비정의 서해 북방한계선 침범 당시 남북 해군간 무선교신 내용을 일부 언론에 유출했다가 물의를 빚고 전역한 전력의 소유자다.
이 대통령이 이렇게 흠집투성이의 인물들을 마음놓고 지명한 것은 이들이 모두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장관급인 국가과학기술위원장 정도는 인사청문회 대상이 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하겠다. 국민들이 손가락질을 하든 말든 자기 마음대로 인사를 하겠다는 오만함을 질타하기도 이제는 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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