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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유가 시대 대비한 새 경제전략 마련해야 |
리비아 사태의 여파로 국제 원유값이 초고가 행진을 하고 있다.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가가 이미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104.33달러까지 치솟았다. 중요한 것은 중동 사태가 리비아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알제리, 이란 등 아랍권의 다른 산유국으로 확산될 경우 국제 원유값은 12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비상관리체제에 들어가야 할 상황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원유 수입액은 686억6000만달러이며, 가스 등을 포함한 에너지 총수입액은 무려 1212억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배럴당 78.7달러였던 원유 도입 단가가 100달러로 오르면 원유 수입액만 185억달러, 에너지 총수입액은 320억달러가량을 더 부담해야 한다.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 282억달러를 다 털어넣어도 모자라는 금액이다.
유가가 급등하면 국내 물가도 다급해질 수밖에 없다. 안으로는 이상기온과 구제역 때문에 농수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으며, 국외에선 국제 곡물값이 치솟는 상황이다. 여기에 국제 원유값 폭등이 겹치면 물가가 얼마나 오를지 장담할 수 없다. 반면 민간 소비는 위축되면서 비용 상승으로 기업 수익은 크게 줄게 된다. 물가는 오르고 경제활동은 위축되는 힘겨운 상황을 맞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관세와 유류세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현정부 초기에 경험했듯이 유류세 인하가 원유값 급등으로 인한 국민 부담을 줄이기엔 역부족이다. 정유사들 손목을 비틀어 억지로 값을 내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이보다는 원화 강세를 용인해 수입물가를 낮추는 게 더 빠르고 현실적이다.
더불어 이번 기회에 원유값 상승에 대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의 중동 사태가 진정된다 해도 국제 원유값은 계속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높다. 일단 9%인 원유 자주개발률을 20~30%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그러면 원유값 등락에 따른 영향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일본처럼 경제구조를 에너지 저소비형으로 전환하는 일이 시급하다. 2007년 기준으로 우리의 에너지 원단위(국내총생산 1000달러당 에너지 사용량)는 0.355로 일본(0.101)의 세배를 넘는다. 이래서는 고유가 시대의 파도를 넘기 힘들다. 이번 기회에 고유가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경제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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