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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슬람 채권 논의에 개신교계가 왜 나서나 |
이슬람 채권을 둘러싼 논란이 불필요하게 과열되고 있다. 정치권 일부가 찬반논쟁을 하고는 있다. 그러나 이보다는 개신교계가 이슬람 채권법에 찬성하는 국회의원에 대해 낙선운동을 벌이겠다며 노골적으로 정치권을 압박하는 까닭이다. 조용기 순복음교회 원로목사는 “정부가 이슬람 채권법을 추진할 경우 이명박 대통령 하야 운동을 벌이겠다”고까지 말했다.
이슬람 채권 발행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이슬람 채권법) 개정은 애초 순수한 경제적 동기에서 출발했다. 이자를 금지하는 이슬람 율법 때문에,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부동산 등을 취득·운용(매매 또는 임대)해 얻은 이익을 채권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식으로 설계한 금융상품이 이슬람 채권이다. 다만 부동산 취득 및 매매 차익 등에 대한 세제 혜택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지나친 세금 부담 때문에 발행이 불가능하다. 형식상으론 특혜지만 실질적으론 다른 외화표시채권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논란은 초점을 한참 벗어나 있다. 세제 혜택이 적정한 것인지를 따지기 이전에 이를 이슬람의 국내 공습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떤 목사는 “이슬람 채권법이 통과되면 나라가 망한다”고까지 말했다. 하지만 이슬람 채권은 종교 문제와 아무 상관이 없다. 더욱이 나라가 망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 면에서 개신교의 대응은 지나치다. 헌법에 명시된 정교 분리의 원칙에서 볼 때 선을 한참 넘어섰다. 개신교계는 국회에서 합리적인 토론이 이뤄지도록 정치권을 향한 무모한 압박을 당장 그만두기 바란다. 그것은 결코 나라는 물론 개신교를 위하는 일이 아니다.
물론 이슬람 채권 발행에 신중할 필요는 있다. 이슬람 채권 때문에 막대한 외자가 들어올 것이란 기대는 성급하다. 그보다는 외자 도입처를 다변화한다는 의미가 더 크다. 외자유치가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다. 국내엔 이미 외국인 자본이 넘쳐나고 있다. 이 때문에 위기 상황에서 외국인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갈 위험성은 커지고 있다. 이슬람 채권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하지만 쉽게 단정할 수는 없다. 말레이시아가 이슬람 채권의 80% 가까이 독식하는 상황에서 실익이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종교적 이유를 떠나 세제 혜택이 적절한 수준인지, 이로 인한 실익은 과연 얼마나 있는지를 냉철하게 판단하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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