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한나라당 사학법 개정안은 ‘부패사학 진흥법’ |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 등이 대표발의해 최근 국회에 상정된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사학에 대한 정부 지원은 늘리되 사학 운영은 설립자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두자는 것이다. 개방이사제와 대학평의원회 등 그동안 내부 견제 기능을 발휘해온 기구들을 없애도록 했다. 반면에 이사회의 친족 비율을 4분의 1 이하로 제한한 규정을 철폐해 이사들이 모두 친족들로 채워지는 것을 허용했다. 학교법인 해산 때 잔여재산의 30%까지를 설립자 및 직계가족에게 준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사학재단이 아무리 횡포를 부려도 견제할 수단이 없어진다. 국민의 혈세로 충당되는 정부 지원금은 사학재단의 사금고를 살찌우는 눈먼돈이 될 뿐이다. 사학 운영자는 재단전입금은 쥐꼬리만큼 내면서도 혜택은 무한정 누릴 수 있다. 이쯤 되면 요즘 유행하는 말로 ‘막장의 종결판’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근 들어 공금 횡령, 부정입학, 불법 찬조금 등의 사학 비리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어머니는 이사장, 아버지는 교장, 딸은 교감, 사위는 기획실장, 아들은 교사 식의 ‘그들만의 왕국’도 한두 군데가 아니다. 사학 비리와 족벌재단의 폐해를 막기 위해 현행 법규정을 강화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사학이 마음놓고 탈선을 저지를 멍석을 깔아주자는 것이 개정안의 요체다.
관심의 초점은 한나라당이 이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할지다. 사학법인들은 전통적으로 한나라당의 강력한 지지세력인데다, 당내에 사학과 직접 관련이 있는 의원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한나라당 지도부에서는 “사학법 재개정이 18대 총선 공약이므로 이번 기회에 손봐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회의적인 기류도 적지 않다. 자기네 눈으로 봐도 개정안이 너무나 상식 이하의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최소한의 이성이라도 갖추고 있는지 지켜볼 일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정부의 태도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개정안에 대해 “어떤 견해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사학의 주무부처로서 너무나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학자 시절 우리나라의 사립대학 구조를 “설립자 혹은 후계자 중심의 독점적 지배구조”라고 진단하고 대학평의회와 공익이사제 도입 등을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이런 중요한 법안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