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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주주뿐 아니라 감독당국 책임도 엄중히 물어야 |
저축은행 대주주에게 부실 책임을 묻기 위해 검찰, 금융감독기구, 예금보험공사가 참여하는 특별수사팀이 가동된다. 무리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대주주의 횡령·배임 등에 대해 단호한 책임을 묻는다는 차원에서 당연한 조처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부실 저축은행 대주주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쳤다는 점에서 이번 특별수사팀 구성이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중요한 것은 특별수사팀만 꾸리고 사후 책임추궁이 용두사미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저축은행들은 이미 두 차례나 공적자금을 수혈받았다. 이번에도 국민의 세금으로 부실을 메워줘야 할 형편이다. 대주주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저축은행의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대주주들이 저축은행의 돈을 자신의 쌈짓돈처럼 마음대로 사용해온 게 현실이다. 엄중한 책임추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더불어 중요한 것은 정부와 금융감독 당국의 책임을 묻는 일이다. 저축은행 사태가 이렇게까지 된 것은 대주주의 책임 못지않게 정부의 책임이 크다. 특히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가 2006년 법인과 개인에 대한 저축은행 대출 한도를 대폭 풀어준 것이 저축은행 부실화의 계기가 된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부실화를 막아야 할 정부와 감독당국이 사실상 저축은행 부실화를 부채질한 셈이다. 당시 재경부 장관이었던 한덕수 주미대사와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이었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안이한 태도도 사태 악화를 부추겼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2월 저축은행의 피에프 대출 가운데 악화가 우려되는 대출은 1조5000억원에 불과하다고 밝혔고,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자금 1조7000억원을 들여 부실채권을 모두 매입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3조9000억원의 부실채권이 발생하자 다시 2조8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올해 들어서는 삼화저축은행을 시작으로 벌써 8개의 저축은행이 문을 닫았다.
이런 식의 무책임한 대응으론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 이젠 아무도 정부 당국의 말을 믿지 않는 상황이다. 사태의 책임을 대주주에게만 돌릴 게 아니라 정부 당국이 스스로 나서 저축은행 부실화의 원인을 제공한 관료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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