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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반도 긴장 고조, 누가 왜 부추기나 |
한반도 긴장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북한은 어제 시작한 ‘키 리졸브·독수리’ 한-미 연합 군사연습과 관련해 “서울불바다전과 같은 무자비한 대응”을 거론했고, 앞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키 리졸브 훈련 전후 북한 도발 가능성’을 언급했다. 북쪽은 남쪽의 심리전 공세에 대해서도 ‘조준 격파 사격’을 공언한 상태다.
북쪽의 언동은 대외 경고와 내부 결속을 동시에 겨냥한 듯하다. 북쪽은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모든 위협적 시도를 그만둬야 마땅하다. 북쪽 집권층이 권력 유지를 위해 한반도 긴장 고조를 꾀하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된다. 만약 남북 사이에 새로운 충돌이 발생한다면 북쪽이 더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음을 알아야 한다.
남쪽 또한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훈련을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방어적 성격’이라고 하지만, 소식통들은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하는 내용이 강화됐음을 확인하고 있다. 북쪽으로선 남쪽과 미국이 북쪽 체제의 붕괴를 추구한다고 여길 만한 상황이다. 북쪽 조선인민군 판문점대표부가 그제 발표한 성명에도 이런 우려가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남쪽이 대북 심리전을 크게 강화해 북쪽을 자극하는 것도 문제다. 군은 민간과는 별도로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북쪽 체제를 비난하는 전단 수백만장을 뿌렸고, 2월 초부터는 생필품 등 물품 살포를 병행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이던 지난 16일에는 몇몇 한나라당 의원이 직접 전단 살포에 나서기도 했다.
나아가 일부 한나라당 의원과 보수언론은 미국이 1990년대 초 남쪽에서 철수한 전술핵무기의 재배치 또는 남쪽의 핵개발까지 들먹인다. 물론 정부는 한-미 사이에 전술핵 재배치가 거론된 적이 없으며 현실성도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논의 자체가 북한 핵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킨다. 일부에서 끈질기게 핵 배치를 주장하는 데는 한반도 상황이 어떻게 되든지 북한붕괴론을 끝까지 밀어붙이고 보수세력의 결집을 꾀하겠다는 속셈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긴장이 높아지면 남북 모두 고통을 받는다. 동북아 갈등 구도 역시 더 심해진다. 남북 대화와 교류·협력이 있어야 할 자리에 대결이 횡행해서는 둘 다 피해자가 될 뿐이다. 그럼에도 긴장 고조를 부추기는 이들은 무책임하거나 편협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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