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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말로만 ‘열린 마음’이 아니라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3·1절 기념사에서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한반도의 미래를 열어갈 적기”라며 “언제든 열린 마음으로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일 신년 방송좌담회에서 “필요하면 정상회담도 할 수 있다”고 한 것과 비슷하지만, 이전보다 진일보한 자세라고 청와대 쪽은 설명한다. 정부 대북정책이 좀더 전향적인 쪽으로 바뀌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이 대통령의 ‘열린 마음’에는 조건이 붙어 있다. “북한은 이제 핵과 미사일 대신 대화와 협력으로, 무력도발에 대한 책임있는 행동으로, 진정한 화해와 협력의 길로 나와야 한다”는 표현이 그것이다. 여전히 북한의 굴복과 선비핵화론이 전제돼 있다. ‘통일에 대비한 우리 역량을 보다 적극적으로 축적’해 나가겠다는 말도 그동안 정부 고위관리들이 언급한 북한붕괴론과 일맥상통한다. 이래서는 남북대화의 동력이 생기기 어렵다. 대화와 협력이라는 상호작용 과정을 통해 북한 핵·미사일 문제 등을 풀 수 있는 것이지 그 역은 아니다. ‘무력도발에 대한 책임있는 행동’ 역시 대화가 있어야 끌어낼 수 있다.
지금 남북한 군은 호전적 언동을 주고받으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한-미 연합 군사연습 등과 관련해 북쪽이 비난 목소리를 높이는 것에 맞서, 김관진 국방장관은 어제 전방부대를 찾아 ‘북쪽의 공격 때 강력한 보복’ 방침을 확인했다. 정부가 남북대화를 바란다면 이런 분위기부터 가라앉혀야 한다. 논란이 된 군의 대북 전단·물품 살포 심리전 공세도 중단하는 게 타당하다.
대화는 주고받을 것이 있어야 성립한다. 북쪽이 보기에 얻을 게 아무것도 없다고 판단하면 대화를 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이 대통령도 “많은 나라를 돕는 대한민국이 같은 민족인 북한을 돕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정부가 정말 북쪽과 대화와 협력을 하겠다면 지금 북쪽 주민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쌀과 비료가 그것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북쪽 식량난을 고려할 때 식량 지원은 인도적으로 당연할 뿐만 아니라 다른 문제들을 논의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이제까지 북쪽이 모든 요구를 받아들인 뒤에야 움직이겠다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런 태도로는 아무리 열린 마음을 말해도 이뤄낼 게 없다. 정부는 빨리 먼저 실천하는 쪽으로 대북정책을 바꾸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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