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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인혜 파문’, 개인에 대한 단죄로 끝내선 안 된다 |
제자 폭행 의혹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김인혜 서울대 음대 교수가 결국 파면됐다. 공무원에게는 가장 무거운 징계가 내려진 것이다. 파면이 김 교수의 잘못에 상응하는 적절한 징계 수위인지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그 결정이 던지는 과제와 교훈은 무척 무겁다.
이번 사건은 우리 대학사회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를 생생히 드러냈다. 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여전히 자행되는 폭력, 지시와 복종만이 통용되는 수직적 종속관계, 제자는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무뎌진 도덕의식 등이 바로 그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이런 그릇된 풍토가 대학사회 한켠에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이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제자 폭행, 공연표 강매 등에 대해 ‘음대뿐 아니라 예체능계는 거의 마찬가지’ ‘너무 익숙해져서 저런 것도 죄가 되나 싶을 정도’ 등의 냉소가 나오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김 교수 한 사람에 대한 단죄로 끝낼 수도 없고 끝내서도 안 된다. 우선 서울대는 자신들도 김 교수 못잖은 가해자임을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 학생들이 김 교수의 횡포에 시달려온 게 한두 해가 아닌데도 서울대는 학생들의 고통을 방치했다. 만약 학생들의 항의를 받고서도 묵살했다면 더 큰 문제지만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고 해도 책임이 면탈되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 눈에 대학이라는 존재가 ‘호소해봤자 별수 없는’ 불신의 대상이 된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울대가 김 교수 파면이라는 과감한 결정에 걸맞게 이번 기회에 학내 폭력과 금품 강요 행위 전반을 조사해 뿌리뽑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오히려 서울대는 김 교수 한 사람을 내침으로써 자신들에게 쏠리는 불신의 눈초리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를 갖고 있지 않나 의심된다. 만약 그렇다면 ‘김 교수 희생양 만들기’ ‘마녀사냥’ 따위 일부 누리꾼들의 비판이 들어맞는 셈이다.
이번 일은 단순히 서울대나 대학 차원의 문제를 떠나 우리 사회 전체에 깊은 성찰의 과제를 제시한다. 본질적으로 약자 위에 군림하는 강자, 이기심 달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풍토, 연줄과 학연에서 벗어나서는 왕따가 될 수밖에 없는 일그러진 사회구조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모두의 깊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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