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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3.02 20:16 수정 : 2011.03.02 20:16

한국은행이 각종 경제현안 분석자료를 청와대에 정기적으로 보고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가 확인한 한은의 청와대 보고서를 보면 ‘브이아이피(VIP) 경제 브리프’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찍혀 있다. 대통령을 지칭할 때 브이아이피라는 약자를 쓰는 관례에 비춰볼 때 이 문건은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된 것으로 보인다. 통화신용정책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엄격히 지켜야 할 중앙은행이 이렇게 정례적으로 청와대에 경기동향을 보고한다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일이다.

중앙은행 독립성은 이명박 정부 들어 현저히 약화돼왔다. 지난해 1월부터 기획재정부 차관이 금융통화위원회에 직접 참석해 금리 결정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4월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인 김중수씨가 한은 총재로 임명된 뒤부터는 정부와의 밀착도가 훨씬 강화됐다. 지난해 11월부터는 김 총재의 지시로 청와대 등에 정례적으로 경기동향을 보고해왔다니 중앙은행의 위신이 말이 아니다. 김 총재는 아직도 자신을 경제수석으로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러려면 중앙은행 총재를 그만두는 게 낫다.

물론 정부와 한국은행의 정보 공유는 당연히 필요하다. 특히 한국은행의 각종 경제현황 분석자료는 정부의 정책 수립에 중요한 참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 한은이 경제현황 분석자료를 지금처럼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등에 정례적으로 보고하는 것은 한은이 정부 하급기관을 자임하는 것과 같다.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면 정부 부처와 대등한 관계에서 투명하게 의견을 전달하고, 정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려 할 경우 견제도 해야 한다.

중앙은행이 정부에 장악되면 물가안정이라는 중앙은행의 제1 목표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통상 물가안정보다 성장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이로 인한 폐해를 겪고 있다. 지난 2월 소비자물가가 무려 4.5%나 뛰었다. 앞으로도 당분간 물가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도 한은은 지난달 금리를 동결했다. 정부의 성장정책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지금처럼 ‘브이아이피 브리프’에나 신경쓰며 정부 뒤치다꺼리를 해서는 물가안정은 요원하다. 한은은 빨리 독립성을 회복해 중앙은행 본연의 임무인 물가안정에 매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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