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로스쿨-연수원 갈등, 법조계·정부·국회 책임이다 |
법무부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생 검사 우선선발 방안을 놓고 반발이 거세다. 그제 사법연수원 입소식에서 신입 연수생의 절반 이상이 불참한 데 이어 어제는 법무부의 방침 철회를 요구하는 연수생 성명이 나왔다. 앞서 지난해 말에는 전국의 여러 로스쿨이 정원제 변호사시험 방식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동맹 자퇴를 결의하는 등 집단행동을 벌인 바 있다. 로스쿨과 연수원 간의 갈등은 이제 더 심해질 조짐이다.
예비 법조인들의 집단행동이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별정직 공무원 신분인 연수원생들에겐 법 위반 문제까지 생길 수 있다. 이들의 행동이 외부엔 밥그릇 싸움으로 비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의 사태는 이들에게만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다.
일이 여기까지 이른 것은 로스쿨 제도가 자리를 잡도록 치밀하게 준비하지 못한 탓이라고 봐야 한다. 실제로 변호사시험의 경우, 내년 첫 시험의 합격자 결정 방식만 겨우 정했을 뿐이다. 앞으로 판검사를 어떻게 뽑을 것인지도 확정된 게 없다. 원칙이 정해지지 않았으니 당장 부딪히는 문제에 대한 대책은 더더욱 없다. 로스쿨 첫 졸업생이 나오는 2012년부터 사법연수원이 문을 닫는 2020년까지의 과도기에 연수원과 로스쿨 출신의 판검사 임용 방식과 비율을 어떻게 할 것인지 따위도 오리무중이다. 정부와 국회가 결정을 미루고 땜질 처방만 해왔기 때문이다. 이러니 예비 법조인들이 불안해하는 것이다.
그런 터에 대법원과 법무부는 조직 이기주의만 드러내고 있다. 로스쿨 원장의 추천을 받은 학생을 실무연수를 거쳐 검사로 우선 선발한다는 법무부의 방안이나, 로스쿨 우수 졸업생을 인턴 판사나 법률연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법원의 계획은 모두 우수인력 선점 경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법률 위반 소지도 있을뿐더러 공정성·투명성·형평성을 갖추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일부의 주장처럼 변호사시험과 별도로 검사임용시험을 치르는 방안 등도 사법개혁의 취지에 어긋난다.
로스쿨은 다양한 배경과 전문성을 지닌 법률가를 많이 양성하기 위해 도입됐다. 성적만 앞세운 줄세우기나 특정 학교의 판검사 독과점이 더 계속돼서도 안 된다. 이런 취지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법조계와 정부, 국회가 서둘러 머리를 맞대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