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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3.04 20:13 수정 : 2011.03.04 20:13

이명박 대통령이 엊그제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부인 김윤옥씨와 함께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사진을 본 많은 국민들의 심경은 무척 당혹스럽고 씁쓸했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소망교회 장로이자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것이야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 장면은 이질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굳이 그렇게까지 기도를 올려야 했는가 하는 아쉬움이 앞선다.

대통령의 종교적 자유는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은 다종교 국가에서 국가 최고지도자의 종교 행위는 좀더 신중하고 사려깊지 않으면 안 된다. 유감스럽게도 이 대통령의 이날 합심기도는 국민을 합심시키기는커녕 분열과 갈등을 더 증폭시키는 악재가 되고 말았다. 불교계가 일제히 발끈하고 나선 것이 이를 방증한다. 나라의 발전을 기원하기 위해 열린 국가조찬기도회가 오히려 분란의 씨앗이 됐으니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행사를 주관한 개신교 쪽의 무신경과 오만함은 놀라울 정도다. 대통령이 ‘단순한 신자’에 머물 수 없는 특수한 위치에 있다는 분별의식은 찾아볼 수 없다. 다른 종교에서 이런 기도 장면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헤아리는 사려깊음도 없다. 개신교는 최근 이슬람채권법 입법 추진에 대한 극렬한 반대로 과도한 정치개입 논란까지 빚고 있는 터다. 그렇다면 더욱 절제하고 겸손한 모습을 보여야 마땅한데도 오히려 ‘대통령을 무릎 꿇린’ 모양새를 연출해버렸다.

목사가 인도하는 대로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던 이 대통령의 처지는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이런 일이 일어난 궁극적인 책임은 결국 이 대통령에게 있다. 현 정부 들어 종교 간 대립과 갈등이 위험수위로 치닫게 된 데는 이 대통령의 무분별한 소망교회 인맥 중용 인사와 측근들의 종교적 편향 발언 등이 크게 한몫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적극적인 종교 화합책을 내놓기는커녕 자신의 정치적 지지기반인 개신교 쪽의 눈치보기를 계속해왔다. 이번 일은 이 대통령의 이런 친개신교적 행보가 누적된 결과다.

이 대통령의 이번 모습을 보면서 떠오르는 생각이 하나 있다. ‘이 대통령이 진정으로 무릎을 꿇고 빌어야 할 대상은 국민이 아닌가’ 하는 게 그것이다. 국민들 위에 군림하는 자세로 일관해온 이 대통령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면서, 무릎 꿇고 기도하는 그의 모습은 공허하게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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