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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표류 북한주민 송환’도 투명하게 처리 못하나 |
연평도 인근 바다를 통해 어선을 타고 표류해온 북한 주민들의 송환 문제가 남북관계에 또다른 악재가 되고 있다. 정부는 표류자 31명 가운데 4명이 남쪽 ‘귀순’ 뜻을 밝혔다며 나머지 27명만 돌려보내려 하고 있다. 이에 북쪽은 “반인륜적 행위”라며 남쪽을 거칠게 비판하고 있다.
이번 일에서는 무엇보다 남쪽 당국이 표류 주민들을 다뤄온 과정이 석연치 않다. 이들은 지난달 5일 남쪽 영역에 도착한 직후 당국의 조사에서 남쪽에 머물 뜻이 없음을 밝혔다. 정부 공식 발표는 아니었지만 당시 합동참모본부 관계자가 분명히 그렇게 설명했다. 이들이 가족 단위가 아니라 작업반으로 편성된 점도 의도적인 탈북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한달 뒤 최종 송환 결정을 앞둔 시점에 4명이 남쪽에 남을 뜻을 밝혔다고 한다. 주민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작업이 있었던 것 아닌가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설령 회유작업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정부가 조사 시일을 길게 끈 것 자체가 문제다. 정부는 그동안 북한 표류자에 대해 1~3일이면 조사를 마치고 희망자를 송환했다. 그러던 것을 지난해 12월 이후부터 이번까지 모두 세 건의 표류사건에 대해 모두 한달가량씩 조사를 했다. 자유의사를 확인하되 이른 시일 안에 사람과 물자 등을 돌려보낸다는 기존 원칙을 무너뜨린 것이다. 이렇게 하면 민간인 난민에 대해 비인도적으로 억류기간을 연장했다고 비난받을 수 있다. 앞으로 북쪽에 대해 우리 쪽의 표류자를 빨리 돌려보내라고 요구할 근거도 잃게 될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쪽이 연평도 도발을 저질렀고, 북쪽도 월경한 남쪽 어선 어부들을 한달 정도씩 조사하고 있음을 그 이유로 든다. 그러나 이것은 남북관계에서 상호주의를 잘못 적용하는 대표적 사례가 될 수 있다. 이렇게 한다고 북쪽에 대한 압박 효과가 발휘되는 것도 전혀 아니다. 되레 남쪽이 감정적인 대응이나 일삼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그렇잖아도 남북관계가 아주 나쁘다. 남북대화에 대한 정부 태도도 신뢰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관례에 따라 처리하면 충분할 표류 북한 주민 송환 문제조차 투명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유연하게 일을 풀어가도 부족한 마당에 경직된 자세를 고집하는 정부 태도가 참으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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