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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체된 여성현실, 단결과 연대로 돌파해야 |
내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세계의 여성들은 이날 1908년 미국 여성 섬유노동자들이 노동조건 개선(빵)과 여성의 지위 향상(장미)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것을 기념해 양성평등 사회 실현에 대한 결의를 다진다. 하지만 103돌을 맞는 세계 여성의 날에 되돌아보는 한국 여성의 현실은 착잡하기만 하다. 이명박 정부 3년 동안 여성의 처지가 개선되기는커녕 갈수록 뒷걸음쳐왔기 때문이다.
우선 여성의 노동조건이 전혀 개선되지 못했다. 여성은 노동조건이 열악한 비정규직에 주로 분포돼 있고 평균임금도 남성의 60%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 결과 기륭전자나 청소노동자들의 사례에서 보듯이 여성들이 생존권 투쟁의 전면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 됐다. 보육에 대한 지원 부실로 일·가정 양립은 여전히 힘든 과제다.
그렇다고 상층 여성들의 지위가 나아진 것도 아니다. 성평등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있어도 이를 강제할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중앙행정기관 고위공무원단의 여성 비율은 2007년 수준에 머물러 있다. 법무부를 비롯한 22개 기관에는 여성 고위공무원이 단 한명도 없을 정도다. 각종 정부위원회의 여성 위원 비율도 갈수록 떨어져 겨우 20% 정도에 그친다. 30% 할당제가 무색한 상황이다. 민간기업의 사정 역시 마찬가지다. 종업원 1000명 이상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3%에 지나지 않고 대기업으로 가면 그 비율은 1%대로 떨어진다. 유리천장이 완강하게 버티고 있지만 이를 깰 방안은 마련되지 않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성 격차 지수가 104위밖에 안 되는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신규 공무원 임용에서는 채용 고시 등에서 여성들이 약진하고 있는 덕에 어느 정도 성적 균형이 이뤄지고 있지만, 군가산점제를 도입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으로 이마저도 제동이 걸릴 위험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을 돌파하려면 여성정책을 총괄하는 여성가족부의 좀더 적극적인 대응과 함께 여성계 전반의 새로운 결의가 필요하다. 여성의 처지가 우리보다 나은 유럽 여러 나라들도 할당제 미이행에 대한 벌칙조항을 마련하는 등 소매를 걷어붙이고 있다. 과거의 제도적 성취를 현실로 구현하고 노동조건을 비롯한 여성의 삶의 질을 개선하려면 여성 사이의 강력한 연대와 단결이 필요하다. 세계 여성의 날을 새로운 연대와 전진의 시발점으로 만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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