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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 잘못 잡은 삼성의 헌법소원 |
삼성 생명·화재·물산 등 삼성그룹 세 계열사가 공정거래법의 계열 금융회사 의결권 행사 제한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재산권과 평등권 침해라는 주장이다. 이 조항은 지난해 국회에서 격론 끝에 개정됐다. 재벌 계열 금융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에 대해 2008년부터 15%까지만 의결권 행사를 인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벌이 금융사에 맡긴 고객 돈으로 총수 지배권을 뒷받침하지 못하게 하자는 뜻에서다.
헌법소원이야 누구든 낼 권리가 있다. 그렇더라도 삼성의 이번 헌법소원 제기는 아무래도 곱게 봐주기 어렵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 등 총수 일가의 지분이 3.3% 불과한 삼성전자를 적대적 인수합병에서 지키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적대적 인수합병을 당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지배적 분석이거니와, 설령 그런 위험이 조금 있다 해도 언제까지나 고객 돈으로 총수의 경영권을 지키게 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금융-산업자본 분리라는 원칙을 거론하기 전에 경제정의의 문제다.
삼성이 힘써야 할 일은, 시계를 되돌리려 하기보다 누구한테도 떳떳한 지배구조를 갖춰가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지배구조는 여전히 봉건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삼성이다. ‘삼성공화국’이란 말이 나온 것도 결국은 총수 한 사람이 좌지우지하는 지배구조 탓이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남은 것은 이 회장을 비롯한 삼성 쪽의 전향적 고민이다. 일본의 세계적 기업 도요타 자동차의 창업주 도요타 가문은 1%도 채 안 되는 지분만 갖고 있다. 지분이 적은 만큼 전권을 행사하려 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도요타 가문은 회사의 구심점으로 남아 전문경영인과 함께 도요타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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