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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이의제기 받아들여야 |
최저임금심의위원회가 그제 올 9월부터 내년 말까지 적용될 최저임금을 노동자 쪽 위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현행보다 9.2% 올리기로 결정했다. 수치만 보면 크게 올린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주 40시간 노동제가 7월부터 확대 적용되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깎은 것이다. 이에 노동자 위원들이 위원직 사퇴서를 내고, 노동계가 김대환 노동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계의 반발은 당연하다. 최저임금은 시급으로 정하는데, 노동시간이 주 40시간으로 네 시간 줄어드는 것과 연월차 수당, 여성의 경우 생리 수당까지 없어지는 것을 감안하지 않은 결정이기 때문이다. 사용자 쪽은 협상에서 처음에 물가상승률 수준인 3% 인상안을 냈다. 나중에 7.7% 인상안을 냈는데, 주 40시간 노동제로 바뀌는 것을 적용하면 월 6만8천원 가량 임금을 깎자는 내용이다. 최종 결정된 9.2% 인상도 결국 최저임금을 월 5만8313원 깎은 결과가 됐다.
이번 결정으로 주 40시간 일한 노동자가 받는 최저임금은 월 64만7900원이 된다. 이는 29살 이상 단신노동자 생계비 113만5천원의 57%에 불과하다.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이자고 도입한 주 40시간 노동제가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노동자들에게는 재앙이 되고 만 셈이다.
최저임금은 2000년 이후 연평균 13.2%씩 올랐다. 과거 유명무실했던 최저임금 제도를 정상화하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최저임금 수준은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39%에서 34%로 다시 낮아지게 됐다. 이는 가뜩이나 사회 양극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노동부 장관은 노동계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여 최저임금을 재론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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