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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익공유제보다 불공정거래 척결이 우선이다 |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이 ‘초과이익공유제’ 설득을 위해 대기업과 직접 접촉에 나서고 있다. 정 위원장은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등을 만나 이익공유제의 취지를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다고 한다.
정 위원장이 지난달 이익공유제를 제기한 뒤 많은 논란이 있었다. 시장경제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그렇게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 이익공유제는 갈수록 심화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여러 검토 가능한 제안 가운데 하나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우리 실정에 맞는지 여부를 제대로 따져보는 일이다.
대-중소기업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불공정거래 관행이다. 계약서 없는 구두주문, 일방적인 납품단가 인하, 경쟁 대기업과의 거래 차단, 중소기업 기술 탈취 등 대기업의 횡포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심지어 납품업체들은 자신의 회계장부까지 보여줘야 한다. 이는 곧바로 우리 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돌아온다. 기술 개발을 해서 생산단가를 낮춰봤자 바로 납품단가가 인하되니 기술 개발을 할 이유가 없다.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 가장 우선해야 할 일은 이런 불공정거래 관행을 개선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불공정거래가 무수히 일어나고 있지만 대기업들이 그에 따른 처벌을 받아본 적은 거의 없다. 아무리 불법을 저질러도 제재를 받지 않으니 상황이 나아질 수 없다. 그나마 정부의 압박으로 납품단가 연동제, 성과공유제 등을 시행하고 있으나 중소기업의 상황은 거의 나아지지 않고 있다. 대기업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누렸지만 중소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오히려 하락 추세다. 하도급법 위반 업체 비율도 2007년 43.9%에서 2009년 47%로 크게 늘고 있다.
성과공유제처럼 이익공유제도 검토할 수 있는 여러 방안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이것으로 중소기업 상황이 획기적으로 나아지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은 대-중소기업의 불공정거래 구조를 근본적으로 시정하는 것이다. 나아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 대기업의 불법행위를 단호하게 처벌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동반성장위도 마찬가지다.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에 최우선적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그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동반성장이 대기업의 시혜적 조처나 생색내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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