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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3.07 19:53 수정 : 2011.03.07 19:53

연예계 성접대 비리를 폭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장자연씨가 숨지기 전 지인에게 보냈다는 수십 통의 편지가 <에스비에스>(SBS)를 통해 공개됐다. 장씨는 편지에서 “연예계와 대기업, 금융기관, 언론사 관계자 등 31명에게 100번 넘게 접대를 했다”고 밝혔다. 숱한 의혹을 남기고 수사가 종결됐던 고 장자연씨 사건이 2년여 만에 새 국면을 맞은 것이다.

우선 시급한 것은 이 편지가 실제로 장씨가 남긴 친필 편지인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장씨가 숨지기 전 접대에 불려다닌 상황을 정리한 문건이 있다’는 주장은 장씨가 숨진 당시에도 제기됐으나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경찰은 이번에도 “편지 제보자는 성폭행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인물로 연예계 소식에 편집증적인 집착을 보이는 우울증 환자”라며 친필 편지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편지를 입수한 에스비에스 쪽은 공인 전문가에게 필적감정을 의뢰한 결과 장씨의 필체가 맞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경찰 주장대로 제보자가 언론보도 등을 보고 장씨의 편지를 가짜로 만들어낼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수감된 사람이 장씨의 필적을 그대로 흉내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필적감정 결과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또한 경찰은 “제보자가 장씨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고 밝혔으나, 당사자는 장씨와 알고 지낸 사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설명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은 것이다. 이런 의문점들을 푸는 첫 단추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공인된 국가기관을 통해 편지의 진위를 명백히 가리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에스비에스 쪽도 경찰에 협조를 아끼지 말았으면 한다.

장씨 사건은 여성 연예인을 성적 노리개로 내모는 추악한 현실, 힘있는 자들의 도덕적 타락 등 우리 사회의 치부를 만천하에 드러낸 사건이었다. 하지만 수사는 변죽만 울린 채 끝나고 말았다. 용의선상에 올랐던 힘있는 인사들은 모두 ‘증거 없음’을 이유로 불기소 내지 내사종결 처분을 받고 형사처벌 대상에서 빠졌다. 장씨의 편지에서 거론된 연예기획사, 대기업, 금융기관, 언론사 관계자 등이 다시 주목을 받는 것도 그 때문이다. 경찰은 이제라도 전면 재수사를 통해 한점 의혹도 남기지 말고 진실을 밝혀야 한다. 저세상에서도 아직 눈을 감지 못하는 고인의 한을 그대로 묻어버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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