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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학과 법원, 청소노동자 파업사태 방관만 할 건가 |
고려대·연세대·이화여대에서 일하는 청소·경비 노동자 890여명이 임금 인상과 노동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어제 하루 파업을 벌였다. 청소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연대파업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이들의 열악한 임금과 노동조건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임금인상안은 시급 5180원이다. 우리나라 도시노동자 평균임금의 절반 수준이다. 그런데도 용역회사 쪽은 법정 최저임금(시급 4320원)에서 한푼도 더 내지 못한다고 버텼다. 노동자들이 요구 수준을 낮춰 미화직 4800원, 경비직 4660원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했으나 결렬됐다고 한다. 하루 11시간이 넘는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청소노동자들이 다른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의 절반이라도 받게 해달라며 머리띠를 둘러매야 하는 현실은 서글프다. 경쟁적으로 커져가는 대학 건물들에 비례해 이들의 노동강도는 세지고 삶은 더욱 팍팍해져만 가는데도 어디서도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청소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용역업체의 횡포 역시 끊이질 않는다. 청소노동자에 대한 비인격적 대우로 물의를 빚은 홍익대 사태가 가까스로 봉합되기 무섭게 최근 부산 고신대에서 똑같은 사건이 일어났다. 학교 쪽과 새로 계약을 맺은 용역업체가 노조 탈퇴와 임금 삭감에 동의하지 않는 여성노동자들을 무더기로 해고한 것이다. 청소노동자 문제가 단지 몇몇 지역이나 일부 대학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이번 파업 사태를 해결할 곳은 대학뿐이지만 강 건너 불구경이다. 자신들이 실질적인 사용주인데도 모든 책임을 용역업체에 미룬다. 임금인상에 대해서도 “학교 재정이 빠듯하다”며 뒷짐을 지고 있다. 대학들이 쌓아놓은 재단적립금이 수천억원씩에 이르는 것을 생각하면 인색하기 짝이 없는 태도다. 문제는 재정난이 아니라 꼭 필요한 관심과 배려의 결핍이다.
청소노동자들은 어제 하루 경고파업을 벌인 데 이어 임단협이 타결되지 않으면 오는 15일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간다. 서울 서초동 일대 법원 청소노동자들도 조합원 파업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다른 곳도 아닌 ‘지성의 전당’과 ‘인권의 최후보루’라는 곳에서 ‘사람답게 살 권리’를 외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으니 참으로 역설적이다. 대학이나 법원 모두 부끄러움을 느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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