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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의 물가안정 의지, 여전히 미흡하다 |
물가가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듯이 치솟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4.5%까지 급등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물가상승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도 뒤늦게나마 물가불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를 물가안정에 두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은 구체적인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는 등 정부의 물가안정 의지가 여전히 미흡할 뿐 아니라 접근방식도 잘못됐다.
최근의 물가불안은 국제유가 상승과 구제역, 이상한파 등 여러 가지 국내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아무리 의지를 갖고 물가안정에 나서도 국제유가 상승 등 외부 요인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그렇다고 이를 이명박 대통령의 말처럼 ‘불가항력적인’ 사안이라고 치부해선 안 된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환율정책을 더욱 안정적으로 운용함으로써 수입물가를 낮추는 등 최대한의 정책적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국민을 상대로 에너지 절감 캠페인이나 벌일 생각을 해서는 정부가 물가불안의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것과 같다.
물가불안 요인에 대한 정책당국자의 인식 전환도 아직은 뚜렷하지 않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국가경영전략연구원 강연에서 “공급 부문의 불안요인뿐 아니라 수요 측면의 물가압력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주로 외부 탓만 했던 물가불안에 대한 인식이 바뀐 듯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날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는 “인플레이션 위험은 수요보다는 공급 쪽 충격이 주요 요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이렇게 물가급등의 주요인을 외부 탓으로만 돌리고 있어서는 강력한 물가안정 정책을 기대하기 어렵다.
물가안정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말만 앞설 뿐 제대로 구실을 못하고 있다. 김 총재는 어제 국회 답변에서 “물가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없다”고 말했지만 그동안의 통화정책을 보면 이 말도 믿을 수가 없다. 지난달 물가가 4.5%나 뛰었는데도 한국은행은 금리를 동결했다. 말 따로 정책 따로 노는 셈이다.
정부가 진정 물가안정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다면 환율정책과 재정·금리정책 등 구체적인 정책으로 보여줘야 한다. 말로만 물가안정에 노력하겠다고 하면서 에너지 절감운동에나 기대서는 치솟는 물가를 결코 잡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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