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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상하이 외교재앙’ 뿌리엔 ‘MB 보은인사’가 있었다 |
김정기 전 중국 상하이 주재 총영사가 ‘상하이 추문’의 중심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 합동조사 등을 통해 그의 행적에 대한 의문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 참여한 이력을 토대로 공관장에 기용된 인물이다. 이번 추문은 대선 논공행상 인사가 부른 ‘외교재앙’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영어강사 출신인 김씨는 2004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이후 한나라당 정치대학원 교수를 지냈으며 2007년 이명박 대선후보의 경선대책위 조직본부장으로 활동했다. 요컨대 전형적인 ‘엠비맨’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그에게는 외교·경제 관련 이력은 물론이고 공직자로서의 책임의식을 검증받을 기회조차 없었다. 그런 사람을 경제외교의 중요한 거점인 상하이 총영사관 책임자로 앉혔으니 오늘의 난맥상은 진작 예정되어 있었던 셈이다.
상하이 추문은 영사들이 한 중국 여성과 앞다퉈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비자 발급 부정을 저질렀으며 기밀자료를 유출한 것으로 요약된다. 지금까지 드러난 일만 봐도 외교공관이 아니라 ‘외도공관’이라고 부르는 게 나을 정도다. 김 전 총영사가 공관장으로서 상황을 통제하고 근무 기강을 세웠어야 마땅한데도, 실상을 보면 그 자신이 난장판의 한가운데 있었던 것으로 의심된다. 그가 문제의 여성과 함께 찍은 사진이 나오는가 하면 유출된 자료들도 그만이 갖고 있던 것이었다. 그가 함께 근무했던 부총영사를 의심하면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도 꼴사납다.
상하이 총영사관은 부적절한 비자 심사·발급 문제로 두 차례나 감사원 지적을 받았다. 이번 추문도 동포사회에 일찌감치 소문이 퍼졌다고 한다. 그런데도 언론 보도를 통해 실상이 불거질 때까지 외교통상부는 공관 실태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실세 공관장이 버티고 있는 까닭에 제대로 감독하기도 어려웠던 게 아닌지 의심된다.
물론 재외공관장을 직업외교관만 시킬 일은 아니다. 하지만 공직자로서의 자질과 윤리의식을 전혀 검증하지 않고 논공행상 인사를 단행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 결과 지금과 같이 국격이 찌그러지는 재앙이 벌어졌다. 이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임명한 재외공관장은 상하이 말고도 여럿 있다. 이쯤에서 청와대가 책임을 인정하고 재외공관장 문제를 총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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