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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리도 ‘원전 의존형’ 정책 전면 재검토해야 |
대지진과 쓰나미의 여파로 일본 열도를 뒤덮은 ‘방사능 공포’는 원자력발전소와 핵폭탄이 종이 한 장 차이임을 생생히 보여준다. 아무리 원전을 안전하고 튼튼하게 짓는다고 해도 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단 한 차례의 자연재해에 따라 언제든지 가공할 인명 살상 무기로 바뀔 수 있는 게 바로 원전인 것이다.
이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도 최근 몇 년간 지진 발생 빈도가 늘어나고 규모도 커지는 추세다. 원전 대부분이 동해 바닷가 쪽에 집중돼 있는데다, 경북 월성 원전 부근의 바다 밑에 활성단층이 존재한다는 조사 결과도 학계에 보고됐다. 그런데도 정부는 “한반도 지질 특성을 고려할 때 강도 6.5의 지진까지 견디도록 설계돼 있는 우리 원전의 대비태세는 최상”이라고 말한다. 이런 ‘안전 과신’이 바로 참화의 온상임을 정부는 잊고 있다.
더욱이 현 정부는 ‘원전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과도하게 원전에 집착하고 있다. 엉뚱하게도 원전을 ‘저탄소 녹색성장’ ‘지속가능한 에너지’ 등으로 포장해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 원전 수주 이후 원전 집착증은 더욱 심해졌다. 원전을 차세대 주력 수출 상품으로 내세우며 ‘원자력 르네상스’라는 말까지 만들어냈다. 현재 24% 정도를 차지하는 원전 발전설비 비중을 2030년까지 41%로 늘리고, 이를 위해 추가로 11기의 원전을 새로 짓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하지만 일본의 대참화는 이런 원전 의존형 전력 정책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극명히 보여줬다. 한반도의 불안한 정세까지 고려하면 원전의 잠재적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 당장은 어렵고 힘들더라도 원전 확대 정책을 중단하고 친환경적인 재생가능 에너지 확대에 힘을 쏟지 않으면 안 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일본 원전의 재앙을 눈앞에 보면서도 아랍에미리트연합 원전 기공식에 참석했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는 내심 일본의 참사로 이 행사의 빛이 바랜 것이 못내 아쉬울지도 모른다. 만약 인식이 그 정도에 머문다면 참으로 딱한 일이다. 이번 사태는 핵이라는 위험한 물질을 문명의 이기로 맹신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한 자연의 준엄한 경고다. 그 경고를 외면했다가는 우리한테도 언제 엄청난 재앙이 닥칠지 모른다. 원전 확대 정책에 대한 이 대통령과 정부의 통렬한 자성과 인식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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