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이웃의 불행에 ‘망언’을 일삼는 사람들 |
타인이 겪는 불행과 비참함을 지켜보면서 주판알을 튕기는 것처럼 추잡한 일도 없다. 이웃의 예기치 않은 죽음을 두고 ‘신의 심판’이니 어쩌니 입방아를 찧는 것처럼 몰상식한 행동도 없다. 남의 장례식장 뒤쪽에서 춤추는 작태야말로 비열함의 극치다. 그런데 지금 우리 주변에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것도 한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대형 교회의 원로목사, 차기 대권을 꿈꾼다는 정치인, 입만 열면 공정보도 운운하는 중앙일간지, 청와대에서 지명한 낙하산 사장이 버티고 있는 공중파 방송이 바로 망언의 주역들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는 일본 대지진 참사를 두고 “일본 국민이 신앙적으로 하나님을 멀리하고 우상숭배, 무신론, 물질주의로 나가기 때문에 하나님의 경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한반도를 이렇게 안전하게 해주시는 하느님께 조상님께 감사드립니다”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문화방송>은 ‘일본 한류열풍 타격’을 우려하는 보도를 내보냈고, <중앙일보>는 ‘일본 대지진으로 한국 기업에 반사이익’이라는 낯부끄러운 기사를 실었다.
이런 말들에서는 인간에 대한 동정심은 물론이고 최소한의 예의나 배려마저도 찾아볼 수 없다. 오직 자신이 믿는 종교에 대한 광적인 집착, 매사를 이해득실로만 따지는 저열한 장사꾼의 속성만이 번득일 뿐이다. 이 중에서도 조 목사의 ‘심판론’ 발언은 특히 우려스럽다. 그동안에도 일부 개신교 목사들은 외국에서 일어난 대형 참사 때마다 심판론을 들이댔다. “비기독교도들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김홍도 금란교회 목사, 2005년 서남아시아 지진해일), “우상숭배하는 나라에 내려진 주님의 심판”(강성봉 일산새중앙교회 목사, 2008년 미얀마 사이클론 피해) 등 이들의 광신적 발언은 도를 넘어섰다. 이번에도 일부 개신교 목사들은 조 목사가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을 용기 있게 해주었다고 박수를 보내고 있다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미꾸라지 몇 마리가 온 방죽을 흐린다는 말처럼 이런 몰상식한 몇몇 사람들 때문에 한국의 이미지는 땅에 떨어지고 국민 전체가 도맷금으로 매도될 지경에 빠졌다. 망언의 당사자들은 이른 시일 안에 발언을 사죄하고 일본에 용서를 빌어야 한다. 그것이 그나마 죄를 씻고 일본인들의 상처 입은 마음을 달래는 길이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