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중동의 ‘민주화 역류’와 한국군 파병의 문제점 |
중동 정세가 심상찮다.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바레인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이 시위진압 병력을 진주시켰다. 리비아 카다피 정권은 국제사회가 실효성 있는 개입 방안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반정부 세력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아랍권의 민주화 물결이 역류하려는 중대한 고비다.
바레인 사태의 배경에는 국민의 70%를 차지하는 시아파와 소수 수니파 왕정세력 사이의 종파 대립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시위대가 시아파 차별 철폐와 정치개혁을 내세운 데서 알 수 있듯이 사태의 본질은 분명히 민주화 문제다. 그렇다면 바레인 정부는 야권, 시민사회와 대화하고 정치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어가는 게 마땅하다. 바레인이 걸프협력회의(GCC)에 지원을 요청하고 사우디 등이 연합군을 편성해 개입하고 나선 것은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부당한 외세개입일 따름이다.
사우디 등의 군사개입은 바레인 사태를 전체 중동 차원의 국제분쟁으로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당장 이번 움직임을 두고 이란 외교부 쪽은 “외국군을 동원해 시위대를 탄압하는 건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전문가들은 시아파 국가인 이란이 범시아파 연대 차원에서 군사개입을 꾀할 수도 있다고 내다본다.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에서 비롯된 아랍권 민주화 물결이 리비아에서 꺾여나갈 가능성이 그렇잖아도 염려되는 터다. 바레인의 민주화 운동이 평화적으로 결실을 맺긴커녕 국제분쟁으로 비화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이번에 사우디는 1000명, 아랍에미리트는 500명의 시위진압 병력을 보냈다고 한다. 아랍에미리트는 특히 우리가 특전부대를 파병한 나라다. 사태의 파장을 더욱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정부는 파병 당시 아랍에미리트 특전부대를 훈련시킬 뿐이지 중동지역 분쟁에 개입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사우디·아랍에미리트 연합군은 바레인 시위대와 피를 흘리며 충돌하고 있다. 사태가 악화하다 보면 아랍에미리트 군병력을 훈련시키는 한국한테도 시선이 쏠릴 수 있다. 우리나라가 이렇다 할 명분과 이유도 없이 국제분쟁에 간접적으로나마 휘말린다면 이것처럼 어리석은 노릇은 없다. 원전 수주 등 눈앞의 이익만 좇고 한-중동 관계 전체를 넓게 보지 못한 정부의 단견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