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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장자연 사건’의 진상을 ‘가짜 편지’로 묻어버릴 셈인가 |
경찰은 어제 그동안 논란을 빚어온 ‘장자연씨 편지’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해 “이 편지는 장씨와 전혀 관계없는 전아무개씨의 위작으로 판단된다”며 “재수사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편지의 필적을 감정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편지의 필적이 숨진 장씨의 필적과 상이하다”고 말했다. 전씨가 언제 어떻게 23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편지를 썼는지, 장씨 본인이 아니고서는 알기 어려운 내용이 어떻게 편지에 포함됐는지 등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히 남는다. 그러나 국과수의 필적감정 결과나 경찰의 설명 등을 종합하면 어쨌든 이 편지가 가짜일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이 편지가 가짜라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2년 전 경찰 수사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 문건이 그토록 큰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은 부실한 경찰 수사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분노가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사건, 힘있는 사람들은 모두 면죄부를 받고 유유히 빠져나간 사건, 그것이 바로 ‘장자연 사건’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경찰은 가짜 편지만을 부각시켜 서둘러 사건을 봉합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마디로 본말이 전도된 태도다.
사실 편지의 진위를 굳이 따질 필요도 없다. 경찰이 인정하는 ‘장씨 친필 문건’에도 성상납에 대한 고인의 절절한 호소는 담겨 있다. 바로 경찰과 국과수가 편지의 진위를 판가름하기 위해 참고한 문건들이다. 가정이지만 만약 이번에 나온 편지가 진짜로 밝혀졌다고 해도 경찰은 “본인이 사망한 상태여서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따위의 온갖 이유를 들어 또다시 뒤꽁무니를 뺐을 게 분명하다. 문제는 편지의 진위가 아니라 경찰의 수사 의지다.
이번에 다시 불거진 ‘조선일보 사주 일가’의 문제만 해도 마찬가지다. 과거 수사기록을 들춰보는 것도 좋지만 이런 경우 곧바로 주장을 한 당사자를 불러 조사하는 게 정상적인 절차다. 경찰이 법원에 대한 수사기록 열람 신청 등으로 시간을 끌다가 유야무야 덮어버리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경찰이 만약 가짜 편지 소동으로 장자연 사건에 마침표를 찍었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재수사를 통해 명백히 진실을 밝히고 성상납을 받은 파렴치한들을 엄벌에 처하지 않는 한 이 사건은 결코 끝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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