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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3.17 20:26 수정 : 2011.03.17 20:28

엄기영 전 <문화방송>(MBC) 사장이 그제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자신이 몸담았던 문화방송의 간판 프로그램인 ‘피디(PD)수첩’을 비난하고 나섰다. 2008년 정국을 뒤흔든 광우병 파동을 다뤘던 피디수첩 보도가 “많이 흠결 있는 프로그램”이었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래서 방송심의위원회에서부터 사과 명령도 받았고, 제가 또 특별히 따로 사과를 했다”고 말했다.

엄씨가 왜, 그리고 누구를 향해 이런 말을 했는지를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다. 그는 지금 4·27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예비후보로 뛰고 있다. 공천을 받기 위해서는 그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할 절박한 상황이다. 그는 자신의 변신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게 정권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피디수첩을 흠집내는 것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36년 동안 방송인으로 살아온 엄씨는 언론의 권력 비판 기능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그는 방송 인터뷰에서도 “(언론은) 어떤 권력이든 어떤 정책이든 비판할 자유가 있다”고 말했다. 피디수첩의 광우병 보도는 이런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을 충실하게 해낸 프로그램이었다. 그는 광우병 보도가 잘못됐다는 증거로 방송심의위의 사과명령을 들었지만 이는 실상을 왜곡하는 것이다. 방송심의위가 사실상 방송통제기구로 작용한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가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을 강조하면서 언론통제기구의 심의결과에 기대어 광우병 보도가 잘못됐다고 말하는 건 자가당착이다.

현재 피디수첩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엄씨의 발언은 무도하기까지 하다. 문화방송은 최근 피디수첩의 간판 피디들을 대거 다른 부서로 발령내는 등 피디수첩 무력화에 몰두하고 있다. 피디수첩이 이런 곤경에 처해 있으면, 바람막이 구실은 하지 못할망정 과거 보도가 잘못됐다고 헐뜯는 것은 전직 사장으로서 후배들에게 할 짓이 아니다. 문화방송 노조가 그를 ‘후배 등에 비수를 꽂는 변절자’라고 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엄씨는 지난해 2월 정권의 압력에 굴복해 사장직을 물러나면서 “문화방송 파이팅”을 외쳤다. 그랬던 이가 이제 자신을 쫓아낸 여권의 품에 안겨 출세해 보겠다고 간판 프로그램을 헐뜯고 나서는 건 인간으로서 도리가 아니다. 신의를 헌신짝처럼 내던지는 이가 어떻게 도정을 책임질 것이며, 우리 정치 발전에 무슨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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