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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너무나 안이한 정부의 원전사고 대책 |
정부가 어제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누출 사태에 대한 종합대책을 내놨다. 20년 이상 된 원전 9곳을 중심으로 국내 원전 21곳에 대한 철저한 안전점검을 하겠다는 것이다. 또 긴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군용기, 군함, 전세기 등을 이용해 교민을 철수시키기로 했다.
일본에서 대규모 방사능 누출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사태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난 뒤 나온 대책치고는 빈약하기 이를 데 없다. 원전에 대한 안전점검을 하겠다는 게 사실상 대책의 전부다. 국민들은 정부가 무엇을 어떻게 점검하겠다는 것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또 원전 사고 대책은 안전점검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아무리 대비를 한다 해도 사고는 나기 마련이다. 일본도 지진에 대한 철저한 대책을 마련했지만 결국 지진해일에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대형 사고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원칙이지만, 사고가 났을 경우에 대비한 주민 대피 및 원자로 복구 계획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원전 사고에 대해서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대비책이 있어야 한다. 노심 용해가 일어나 대규모 방사능 오염이 발생한다 해도 그것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편서풍의 영향으로 방사능 오염물질이 일본 동쪽 태평양 쪽으로 퍼져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은 언제 어떤 상황을 만들어낼지 알 수 없다. 따라서 방사능 물질이 한반도로 흘러드는 상황을 완전히 무시해서는 안 된다. 돌발 상황에 대비한 정부 차원의 시나리오가 있어야 한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원전 정책에 대한 정부의 태도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일본 원전 사고에도 불구하고 어제 “원전 정책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독일은 이번 사고 이후 1980년 이전 지어진 원전 7기를 모두 폐쇄하기로 했다. 중국은 27기의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바로 중단시켰다. 그럼에도 일본에서 가장 가까운 우리 정부가 “안전하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번 기회에 기존의 원전 정책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정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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