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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아파트 투기가 이토록 심했다니 |
국세청 조사 결과 2000년 이후 서울 강남권에서 거래된 아파트 중 59%는 집 두 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들이 추가로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아파트 단지 아홉 곳을 골라 벌인 표본조사지만 투기가 얼마나 심한지 보여주기에는 충분하다. 강남권 아파트값 급등이 상당 부분 투기 탓이었을 것으로 짐작은 했지만,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전세금은 안정돼 있는데 집값이 치솟은 이유도 명쾌해졌다. 실수요보다 투기 목적의 매수가 넘쳤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택정책 방향을 두고 시장원리에 맡겨 두느냐, 아니냐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는 투기 억제책을 후퇴시키는 요인도 됐다. 아파트값 급등의 주된 원인이 실수요에 견준 공급 부족인지, 아니면 투기 때문인지 진단이 엇갈렸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논란에 국세청 조사는 답을 던져줬다. 투기든 뭐든 수요 억제는 반시장적이라고 해온 시장 지상주의자들은 달리 해석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주택 과점으로 시장이 왜곡돼 있음이 확인됐는데도 시장원리만 되풀이해서는 공허할 뿐이다.
이젠 정책 방향도 좀더 분명해져야 할 것으로 본다. 주택 과다 보유로 치를 비용을 무겁게 함으로써 투기를 억제하고, 나아가 다주택자들이 잉여 주택을 내놓게 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그러려면 대폭 후퇴한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해 보유세의 실효성을 높이는 게 최우선 과제다. 정치권도 더는 딴죽을 걸어서는 안 된다. ‘강남부자 잡기’란 식으로 이념 공세를 펴온 일부 보수언론과 학자들도 자중하길 바란다.
금융권 자금이 투기 자금줄로 이용되는 길을 차단하는 것도 필요하다. 금융감독위원회가 그제 투기지역 대출 규제를 강화했는데,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 보완이 필요한지 면밀히 검토해봐야 할 터이다. 그러면서 양질의 주택을 꾸준히 공급해야 한다. 과다 보유를 제어할 조처 없이는 주택공급을 해봐야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거품이 꺼질 때까지 투깃거리를 제공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투기 억제와 공급 확대는 병행해야지, 어느 쪽이 옳은 대책이냐는 이분법적 논란은 혼선만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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