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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리비아 ‘과잉 공습’, 유엔 결의 취지 벗어나고 있다 |
다국적군의 리비아 공습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유엔 안보리 결의가 ‘민간인 보호’를 비행금지구역 설정 목표로 내걸었으나 실제 작전은 이와 동떨어진 가운데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민간인 희생이 잇따른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이 참여한 다국적군은 그제 새벽까지 이어진 2차 공습에서 수도 트리폴리의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지도자 관저 일대를 미사일로 타격했다. 그제 밤에는 카다피의 고향이자 방공기지가 있는 시르트 등에 3차 공습을 가했다. 다국적군 쪽은 카다피 제거는 작전의 목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공습 상황을 보면 다국적군이 카다피를 제거하기 위해 그의 은신처를 집요하게 추적한다는 인상이 짙게 묻어난다.
이러한 행동은 유엔 안보리 결의 취지를 넘어선다고 봐야 할 것이다. 유엔 결의 1973호는 ‘리비아에서 민간인에 대한 모든 공격과 잔학행위를 종식’시킨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리비아 서부 벵가지의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정부군의 공격을 일단 막자는 게 긴급 결의의 배경이었다. 이것과 외국의 무력으로 리비아 정권을 교체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다국적군의 공습이 카다피 제거를 겨냥한 것이라면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더욱 큰 문제는 이로써 아랍 시민들의 민주화 혁명이 역풍을 만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아랍인들의 반서구 감정은 매우 뿌리가 깊다. 이스라엘 건국과 수에즈 사태, 미국의 이라크 침공 등 숱한 역사적 경험을 통해 그런 감정이 축적됐다. 카다피 세력에 의한 대량살육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의 개입은 여전히 필요하다. 하지만 군사력 사용 범위와 방법은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문제를 아랍 대 서구의 대결로 몰고가려는 카다피 쪽 의도에 말려들지 않도록 유의하는 게 필요하다. 리비아 민주화는 리비아인들의 몫이며 국제사회는 지원 역할에 머문다는 원칙을 어떤 경우에도 지켜야 한다.
중국, 러시아, 아프리카연합과 아랍권의 상당수 지도자들이 ‘과잉 공습’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은 공습에 참여하고도 후속 대응방안을 놓고 온도차를 드러내고 있다. 리비아 인권 보호와 민주화를 위해 국제사회가 관여하는 방안을 놓고 긴급히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리비아 사태를 다루기 위해 내일 열리는 유엔 안보리의 책임이 막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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