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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집값 띄우기 대책 전락한 DTI 규제 부활 |
정부·여당이 이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폐지했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다음달부터 부활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고정금리·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의 경우 총부채상환비율을 예전보다 15%포인트 이상 늘려주기로 했다. 더불어 취득세율을 올해 한시적으로 50% 감면해주고 조속한 시일 안에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정부가 논란을 빚었던 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예정대로 부활시킨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를 더 미룰 수는 없다. 그러나 비거치식 대출자에게 실수요자란 이름으로 대출 한도를 15%포인트 늘려주기로 한 것은 애초 제도의 취지를 무력화시키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대출 상환 방식만 바꾸면 대출 한도를 총소득 대비 40~60%에서 55~75%로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혜택을 받는 곳은 서울 강남 3구다. 총부채상환비율 규제가 40%에서 55%까지 사실상 완화되기 때문이다. 취득세 50% 감면도 이 지역에 혜택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취득세는 9억원 초과 1주택자와 다주택자가 4%, 9억원 이하 1주택자가 2%로 돼 있다. 따라서 9억원 초과 아파트가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 강남 3구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취득세 감면 혜택을 받게 돼 있다. 말로만 디티아이 규제를 부활했을 뿐 실제로는 규제를 크게 완화해준 게 아닌가 의심된다.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폐지는 더욱 걱정되는 대목이다. 이는 사실상 아파트 가격의 인상을 의미한다. 아파트값이 하락세여서 가격이 오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를 풀어놓으면 경기 침체기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다가도 정작 아파트값이 크게 오를 때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는 결과를 빚게 된다. 더욱이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면 1~3년 묶여 있는 분양권 전매 제한도 같이 풀리게 된다.
게다가 한나라당이 수용하겠다고 했던 전월세 상한제는 아예 빠져버렸다. 서민과 중산층이 가장 고통받고 있는 전월세 문제에 대한 대책은 외면하고 건설업자를 살리는 대책만 줄줄이 늘어놓은 꼴이다. 정부가 이런 식으로 건설업자들의 이익만 대변하고 있으니 제대로 된 부동산 대책이 나올 리 없다. 정부·여당은 사실상 집값 띄우기 대책으로 전락한 디티아이 규제 완화안과 분양가 상한제 폐지 방침을 당장 철회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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