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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용보험 부담을 모두 노사에 떠넘기는 얌체 정부 |
고용보험료를 22% 올리는 정부 결정이 그제 국무회의를 거쳐 확정됐다. 노동자 보수의 0.9%였던 고용보험 실업급여 요율이 1.1%로 오르고, 이에 따라 월급 200만원인 노동자라면 당사자와 회사의 부담이 매달 각각 2000원씩 늘어난다. 절대 액수는 크지 않을지언정 물가가 치솟는 상황을 고려하면 서민의 부담이 만만치 않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요율이 오를 거라는 점이다. 고용보험기금의 적자가 계속 커지는 탓이다.
이렇게 적자가 늘어나는 건 심각한 문제다. 실업자들이 의지할 유일한 수단인 고용보험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면 그 여파는 심각하다. 그러니 대책을 서둘러야 하고 가장 시급한 일이 요율 인상이라는 것도 부인하기 힘들다. 게다가 기금운용이 잘못되어서 적자가 누적됐다고 하기도 어렵다. 가장 큰 적자 요인은 고용보험 혜택 확대다. 보험 적용 대상이 늘면서 실업급여 혜택을 보는 사람이 많아졌고, 육아휴직자들에 대한 지원금도 고용보험기금에서 나온다. 그래서 정부는 보험료 인상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내막을 따져보면 사정은 조금 다르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부담을 나누려 하지 않으면서 생색만 낸다는 점이다. 모성보호를 위한 지출에 대한 국고 지원금 감소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지난 2002년 국가·기업·노동자가 모성보호 비용을 분담하자는 원칙에 따라 모성보호급여에 대한 국고 지원을 시작했다. 당시 총지출액 가운데 정부 부담금은 150억원으로 전체 비용의 66.4%였다. 하지만 이 분담 원칙은 계속 무너지고 있다. 국고 부담금은 100억원 수준으로 떨어진 반면 지출은 급속도로 늘었다. 게다가 정부는 지난해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육아휴직 급여를 확대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해놓고도 국고 지원은 늘리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전체 지출에서 국고의 비중은 2015년에 1.3%까지 떨어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실업을 줄이고 고용을 안정시키는 데 온 힘을 쏟는 것도 아니다. 정부가 세계적인 수준인 비정규직 비율을 낮추고 일자리를 적극 창출하는 노력을 펴면 고용보험기금 고갈 걱정은 그만큼 준다. 고용이 안정되면 고용보험료 징수는 늘고, 실업급여 지출은 줄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최상의 기금 고갈 대책임은 말할 것도 없다. 정부는 이제라도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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