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천안함 침몰 사건 1년을 되돌아보며 |
천안함이 침몰한 지 내일로 1년이다. 46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킨 참으로 불행한 사건이었다. 이 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천안함 승조원들과 구조활동 중 희생된 한주호 준위와 금양호 선원들의 명복을 빈다. 유족들에게도 깊은 위로를 다시 한번 전한다.
지금 무엇보다 안타까운 점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바다에서 건져 올린 어뢰 추진체를 제시하면서 북한 잠수정에 의한 폭침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결과는 국제사회에서 공인받는 데 실패했다. 중국과 러시아 등이 의문을 제기했으며, 유엔 안보리도 모호한 내용의 의장 성명을 채택했다. 정부 조사 결과는 사실관계를 둘러싼 의문과 논쟁에 부닥쳤다. 어뢰 추진체 흡착물질에 대한 과학자들의 실험과 추진체 구멍에서 멀쩡한 모양으로 발견된 조개껍데기 등이 의문을 키웠다.
이런 상황은 역시 조사 과정이 부실한 탓이었다. 정부는 단기간에 조사를 끝내고자 관련 절차를 지나치게 서둘렀다. 그 과정에서 여러 차례 말을 바꾸고 정보 통제를 시도했다. 과학자들의 의문제기에도 불구하고 조사 결과를 검증하는 절차도 없었다. 비슷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도 사건의 실체는 완전하게 규명해야 한다. 더 미루지 말고 국회 국정조사 등의 방법으로 정부 조사 결과를 검증해야 한다. 관련 국가들과 북한이 참여하는 국제적 검증을 병행하는 것도 효과적일 것이다.
정부는 사건 실체에 대한 과학적 동의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 결론을 토대로 대북 압박책을 펼쳤다. 지난해 ‘5·24 조처’로 모든 남북관계를 끊었으며, 서해 등에서 대북 무력시위를 강화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이렇게 해서 과연 무엇을 얻었는지 묻고 싶다. 정부가 주장한 대로 북한한테서 사건을 시인받을 가능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되레 한·미·일 대 북·중 냉전 구도가 되살아난 가운데 한국의 외교 입지만 위축됐다.
사건 이후 정부는 국방예산 등 나름의 안보태세를 강화했다. 하지만 연평도 포격 사건까지 일어나면서 남북 대치는 더욱 가팔라졌다. 대북활동 단체들이 선전 전단을 날리겠다고 하고, 북쪽은 격파 사격을 위협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 심각한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지 모르는 게 오늘의 남북관계 현실이다. 대화와 접촉을 단절하고 군사적 대응만을 강화한 결과 우리 사회의 안전이 되레 취약해진 것이다.
최근 나라 밖 정세가 미묘하게 바뀌고 있다. 천안함, 연평도 사건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우회적 방법으로라도 북한과의 대화를 복원하자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미국이 대북 식량지원 재개를 검토한다는 게 한 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천안함 사건과 남북대화의 연계 고리를 풀어야 한다. 대북 압박 효과도 없고 갈수록 우리 정부한테 자승자박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와 친정부 언론들은 정부 조사 결과만을 갖고 일방적 여론몰이를 꾀했다. 이에 합리적 의문을 제기하면 친북 좌파로 몰아붙이면서 의사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다. 천안함 사건 이후 횡행하고 있는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도 우리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