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교육당국 탁상행정에 발 묶인 과다 학원비 규제 |
어제 대법원은 한 사설학원이 낸 영업정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서울 강남교육청의 패소를 확정했다.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행정법원에서도 이 학원이 낸 수강료 조정명령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다. ‘수강료 과다 인상’을 강남교육청이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교육당국의 탁상행정에 대한 제동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사법부는 이 사안의 심리 과정에서 과다한 학원비를 규제하는 것이 적법하지 않다거나, 시장경제를 부인하는 위헌적인 조처라고 보지 않았다. 공익을 위해 개인의 권익을 침해할 때는 그만큼 현장을 철저히 조사하고, 충분한 소명을 들어야 하며, 절차적 정당성도 확실히 갖춰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을 뿐이다. 일선 교육청으로선 자신의 무사안일을 맹성할 일이지, 사법부를 탓하며 학원비 횡포에 손 놓을 일은 아니다.
사실 이런 조짐은 2009년 하반기 일제단속 때부터 있어왔다. 당시 유명 학원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북부·강서교육청은 무더기로 수강료 조정명령 혹은 영업정지처분을 내렸지만, 과다 학원비의 기준은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그저 통계청 물가인상률에 근거해 과다 인상의 기준을 정하거나, 심지어 적정 여부를 학원더러 입증하라고 윽박지르기도 했다고 한다. 결국 소송이 잇따랐고, 당국은 대부분 패소했다.
인허가 등 막강한 권력에 기대어, 혹은 목적이 정당하다는 이유만으로, 제멋대로 개인의 권익을 규제해선 안 된다. 이번 판결이 일선 교육당국이 무사안일을 깨치고 정당하게 과다 학원비를 규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