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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석패율제와 여러 대안들, 폭넓게 검토해야 |
국회의원 선거에서 지역구 출마자를 비례대표 후보로 이중등록하고 지역구에서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시키는 ‘석패율제’가 정치권 관심사로 떠올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석패율제를 도입하는 선거법 개정을 제안했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찬성하고 나섰다. 특정 지역을 특정 정당이 싹쓸이하는 폐해를 줄이자는 게 그 취지다.
선관위가 제시한 방안은 소선거구 다수대표제, 전국단위 비례대표제, 의원 정수, 비례대표의 의석 배분 방법은 지금 제도를 유지한다. 그리고 현행법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이중출마를 금지한 조항을 없애, 각 정당이 자율적으로 지역구·비례대표 중복 출마자와 순수 비례대표 출마자를 섞어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각 정당이 얻을 비례대표 의석의 총수는 크게 달라질 게 없다. 대신에 지역구에서 낙선해도 비례대표로 당선될 방법이 생긴다.
선관위가 제시한 석패율제를 2008년 총선 결과에 대입하면 한나라당은 호남에서 최대 5명, 민주당은 영남에서 12명까지 당선자를 낼 수 있다. 한나라당의 호남 예상 당선자가 더 적은 것은 지역구에서 10% 이상은 득표해야 비례대표로 당선될 수 있다는 최소 요건을 적용한 결과다. 어쨌든 상대 정당의 텃밭 지역에서 이 정도 당선자를 낼 수 있다면 지역주의 폐해를 완화하는 효과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점도 있다. 현재 국회의원 총수 299석 가운데 비례대표는 고작 54석이다. 여기서 지역구·비례대표 중복출마 몫을 떼어내고 나면 여성, 장애인, 학계, 노동계, 상공인 등 순수하게 직능 대표성을 반영할 여지는 훨씬 줄어든다. 현역 의원이나 당내 유력자들이 이중의 안전장치를 챙기는 반면 정치신인들의 문호는 좁아진다. 이런 까닭에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은 석패율제 도입을 반대하고, 대신에 지역대표와 비례대표를 1 대 1 규모로 운영하는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지역주의 극복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국민들의 삶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가치관도 다양해지고 있다. 기왕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개편한다면 어느 한 방향으로 논의를 국한할 이유가 없다. 석패율제와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등 여러 제도를 두루 검토해 시민들의 정치적 의사를 왜곡 없이 반영할 최적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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