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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3.25 19:19 수정 : 2011.03.25 19:19

대법원 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가 그제 직권중재 기간에 파업을 한 철도노조에 대해 약 70억원(이자 포함하면 약 100억원)을 회사에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노조는 교섭이 결렬되고 중앙노동위원회도 조정안을 내놓지 못하자 2006년 3월1일 파업에 들어갔다. 파업 돌입 4시간 전에 급하게 직권중재 회부 결정이 내려졌지만 무시했다. 당시엔 이 결정이 나오면 15일 동안 쟁의를 할 수 없었다. 이에 근거해 회사는 소송을 냈고 법원도 법대로 판결했으니, 이 자체만 보면 별문제가 없다. 하지만 쟁점을 꼼꼼히 따져보면, ‘배상금 폭탄’을 날려 철도노조를 무력화시키겠다는 사쪽의 시도를 결과적으로 법원이 거들어준 꼴이라는 비판도 나올 법하다.

이런 비판의 첫째 근거는 법원이 정상을 참작한 흔적이 없다는 점이다. 파업에 불법 딱지가 붙게 된 근원인 직권중재 제도는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제약한다는 비판을 받아오다가 2008년 폐지됐다. 비록 민사소송이더라도 이런 사정을 고려할 여지는 있는데, 법원이 이를 참작했다고 보기 어렵다. 애초 1심 재판부는 철도공사 쪽의 책임도 일부 인정해 배상금을 51억7000만원으로 정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파업 종료 다음날 열차 이용률이 줄었다며 배상금을 1심보다 많은 69억9000만원으로 올렸고, 대법원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파업에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문제에 대한 고려도 아쉽다. 파업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이고, 노조가 파업을 하는 건 회사에 타격을 줌으로써 교섭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파업의 권리를 보장하는 세계 어느 나라도 노조의 단체행동을 업무방해로 처벌하지 않는 까닭이 여기 있다. 노동계가 업무방해죄 적용 금지를 계속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인데, 최근엔 법원도 이런 지적을 일정 부분 수용했다. 대법원은 지난 17일 ‘집단적 근로제공 거부는 당연히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는 기존 판례를 변경했다.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이뤄진 근로제공 거부’라는 단서를 달아 업무방해죄 적용 폭을 좁힌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노조한테 매정하리만큼 엄격한 판결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크게 무리가 아니다. 이번 사건으로 법원에 대한 노동계의 불신이 커진다면 사법부를 위해서도 좋을 게 없다. 사법부가 노동권 보호의 최후 보루라는 소임을 잊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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